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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칼럼] 한·중·일 정상회담, 한중관계 회복의 전환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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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한·중외교장관 회담도 베이징에서 진행되었고, 한·중·일 정상회담도 개최되니 이제 한·중 관계가 좀 좋아지는 걸까요?’ 상하이에서 15년째 중국 사업을 하고 계시는 우리 투자기업 CEO분이 긴장된 목소리로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우리 외교장관이 6년 6개월 만에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만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하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올해 2월 6일 조태열 외교장관 취임 후 상견례를 겸한 왕이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왕 부장이 조 장관에게 편리한 시기 방중을 요청한 후 이루어진 회담이다.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외교장관 회담은 크게 2가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냉각된 한·중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한·중관계 관리의 필요성과 북한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취임 이후 바로 미국·일본·호주·베트남 외교장관과 전화로 인사를 나눈 반면 왕이 부장과는 27일 만에 첫 통화를 했다. 한·중관계의 중요성과 기존 관례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왕 부장의 바쁜 연초 해외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 작금의 어색하고 냉각된 한·중관계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우리 정부의 지난 2년간 외교정책의 방점이 미국과 일본 중심의 민주주의 가치외교로 점철되면서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 한·중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그러나 한미·한일 및 한미일 협력이 경제·안보·국방·첨단기술 등 다양한 협력 플랫폼 구축이 공고해진 상황에서 이제 미국을 의식한 한·중관계 관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 정치권과 여론의 미·중 균형외교에 대한 목소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 함께 작동했을 것이다.

둘째,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한 의장국으로서 중국측과의 최종의견 조율 목적도 있었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9차 정상회담 일정이 개최되기 며칠 전까지 중국은 최종 일정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 온 중국의 이런 태도는 지난 20일 타이완 총통 취임식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결국 우리 정부는 미국, 일본과 같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공식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고, 그 결과 한·중·일 정상회담이 4년 6개월 만에 개최되게 되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처음으로 개최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냉각되어 있는 한·중관계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다자 의제와 한·중, 한·일과 중·일의 양자 의제에 어떤 내용이 논의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다자 의제는 지난 1단계 한·중·일 부국장급 실무자 회담-2단계 차관보급 고위급회담-3단계 외교부 장관 회담을 통해 최종적으로 조율된 6개 분야가 될 것이다. 6개 분야는 구체적으로 △평화안보 △경제통상협력 △지속가능 개발 △기후변화, 보건, 고령화 △과학기술 협력과 디지털 전환 △인적교류이다. 이 6개 의제 중 북한과 대만 등 민감한 이슈가 있는 평화안보 의제는 큰 틀의 외교적 수사를 주고받는 정도의 형식적인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전략경쟁과 지정학·지경학적 요인에 의해 단절된 3국간 대화와 그로 인한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는 형국에서 정치·외교·안보 이슈보다 비민감한 영역인 경제통상·지속가능개발·기후변화의 협력 기반을 다지는 정도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특히, 상호투자기회와 비즈니스 협력을 확대하는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도 개최되면서 3국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반대와 자유무역 추진과 공급망 협력 확대에 있어 어느 정도 수준의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한·중·일 정상회담 기간 진행될 한·중 양자회담에서 어떤 외교 성과를 도출할지 기대를 갖게 한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구조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우리로선 반도체·AI·전기차 등 첨단기술영역에서 미·중 양국 공급망 협력의 중간지대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관례적으로 경제를 총괄하는 중국 총리가 참석하기 때문에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총리간 회담에서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중국역할론에 대한 건설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 2019년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제8회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 및 양국간 교류협력을 논의했고, 리커창 총리와 회담에서는 양국간 경제통상 및 인적교류를 주제로 논의했다. 결국 양국간 회담에서 우리의 실익은 경제통상 분야에서 어떠한 새로운 협력 모멘텀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시 한·중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3대 원칙과 8대 협력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양국정상회담을 통해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개시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미래 신산업 협력 강화, 벤처·창업 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그러나 2018년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미·일 중심의 외교정책 전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과 추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탈중국 프레임 속에 갇히면서 친미 반중의 정서가 우리 기업들에게도 확산되며 중국진출, 중국사업에 대한 기업의 셀프 검열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간섭을 배제한 채 화이부동(和而不同, 남과 사이좋게 지내되 바른 뜻은 꺾지 않는다) 자세로 한·중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협력’을 강조했고, 조태열 장관은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한·중관계의 협력’을 강조했다. 결국 서로 다른 곳을 보고 같은 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체제나 가치, 이념 등 태생적으로 한·중 양국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상호신뢰의 회복은 요원하다. 향후 미·중간 전략적 대립과 충돌은 더욱 심화되고 그에 따라 한·중관계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글로벌 외교·통상 무대에서 대한민국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국익의 관점에서 중요 사안에 따라 미·중 양국 모두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실용외교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제9차 한·중·일 정상회담이 3국간 협력 확대와 함께 한·중 관계 회복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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