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불확실해졌다고 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번까지 11번째 금리 동결이다.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올리면서도 올해 물가 전망치(2.6%)는 그대로 둔 것에 주목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경제 성장률을 밀어 올렸지만,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할 때 기존 물가 경로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금통위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비둘기 성향(통화 완화 선호)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의 상방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물가 전망치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며 “올해 1분기 성장률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내수 부분의 회복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평가했다”고 했다.
이 총재가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지난 4월 (정례회의) 이후 물가 전망 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금리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비둘기 성향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리 수준이 제약적임을 강조하고, 추후 물가가 목표에 근접할 경우 금리 정상화(인하)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표현한 것 등이 시장에서 도비시(dovish·비둘기 성향)하게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물가 흐름과 내수 경기 등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차이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연내 1회에 무게를 뒀고 하나증권과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연내 2~3회 인하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기에 부담스러운 대외 여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신중론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 변수가 많아서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완벽한 피벗(기준금리 인하로 전환) 가능성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의 추세가 하락을 가리킬지, 미국 연준의 기조가 안정화할지 등 다양한 조건들이 선행돼야만 한다”며 “오히려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더 강해질 여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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