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들어선 순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시장에선 해당 수치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맞물려 자의적 가정을 활용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보험개혁회의’를 운영, 관련 신뢰성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인데 일각에선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권의 당기순이익은 4조844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1%(6052억원) 감소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 순익은 1조874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8% 감소한 반면, 손보사들은 2조969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5.4%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자산 평가손실에 따른 투자손익 악화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순익 감소세에도 금융권은 해당 실적 수치에 큰 신뢰성을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IFRS17 도입 이후 계약서비스마진(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CSM은 향후 보험계약에서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의 현재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지난해부터 도입된 IFRS17 제도 하에서 보험계약을 통해 예상되는 장래이익을 부채로 잡은 뒤 이를 추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는 발생주의 방식이 채택되면서 CSM이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재작년까지 회계 방식에서는 수입보험료가 보험수익으로 바로 인식되는 현금주의 방식이었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가 CSM 규모 산출 시 자체적으로 세운 유리한 가정을 활용하면서, CSM 신뢰성에 의문이 확산됐다. 예컨대 사망률, 위험률,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에 따라 CSM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보험권의 설명이다.
일례로 일부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지율을 낮게 잡아 수익성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신보험은 가입자 사망 후 유가족들이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보험료 완납 후 해지율이 다른 보험보다 낮은데, 단기납 종신보험은 가입자들이 완납 후 일정기간 기다렸다 환급금을 받기 위한 목적이 많아 해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당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납 종신보험과 일반 종신보험을 같은 해지율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당국은 이달 ‘보험개혁회의’를 킥오프하고, 여러 현안 중 IFRS17의 신뢰성 제고를 예고했다. 다만 당국의 뒤늦은 조치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IFRS17 도입을 앞두고 여러 논의들을 해왔지만,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지속되며 시장의 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논란을 막기 위해 명확한 추가 기준이 조속히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적으로 CSM을 산정했던 일부 보험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보일까 실적 부풀리기의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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