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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실패” 신랄한 비판에도 ‘8월 분기 전망’ 예고한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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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2024052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은행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에도 오는 8월부터 ‘분기별 경제 전망(성장률·소비자물가·경상수지·고용지표 등)’ 발표를 예고대로 시행하겠단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정확한 분석이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에 강한 어조로 반박하며 “한은이 데이터 이야기를 안 하면 틀리지도 않고 비난도 받지 않겠지만 총재로서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3일 ‘5월 경제 전망’에서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2.1%) 대비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상향 조정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은의 전망을 빗나간 1분기 ‘깜짝 성장’ 때문이다. 

금리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인 경기와 물가 전망에서 오류를 범한 한은의 분석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분기별 경제 전망을 밀어붙이겠다는 이 총재와 한은의 의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전망이 자연과학은 아니잖나” 이창용의 ‘작심 발언’

전망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시각에 대해 이 총재는 “전망이 바뀌는 일은 다반사”라고 날 선 반박을 이어갔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가 2.7%로 0.6%포인트 올렸고 일본은 1.2%에서 0.8%로 0.4%포인트 내렸다”며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망이 틀렸다고 통계를 발표하지 말라, 점도표(dot plot·금융통화위원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나타낸 도표)를 찍지 말라, 시장에 충격과 혼선을 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국내에서 많이 나오던데 해외에선 들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에러(오류)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로 인해 어떻게 정책을 바꿔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8월 분기 전망은 지체 없이 더 노력해 잘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전망 정확도를 높일 방법으로는 “정부 재정지출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는지 논의하고 통관은 다른 연계 자료를 볼 수 있는지, 신용카드 대신 디지털 월렛(전자지갑)을 쓰는 등 기술 진보에 따라 바뀌는 부분도 개선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한은 조사국장 “분기 전망, 비용보다 편익 커”

같은 날 기자 간담회에서 김웅 한은 부총재보와 이지호 조사국장도 ‘전망 실패론’에 진땀을 뺐다. 지난 2월 시나리오 전망 당시 연간 성장률 최상단이 2.3%였는데 이를 뛰어넘는 2.5%로 재조정한 데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앞으로 한은이 내놓을 경제 전망을 믿을 수 있겠냐는 게 요지다. 

다만 한은 조사국은 분기 단위 전망 발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국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불확실성이 커도 전망 범위의 시계를 넓혀가는 게 전반적인 트렌드”라며 “(분기 단위 전망의) 편익이 비용보다 높다고 판단한다”고 맞섰다.  

이 국장은 “조사국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신랄하게 정확성에 대한 의논을 했다”며 “전망의 정확도를 통화정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1분기 GDP 전망 실패 원인은 “순수출 때문”

한편 한은은 1분기 GDP가 예상 외로 호조를 보인 게 순수출(수출-수입) 등 대외 부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생각보다 좋았다는 건 예상했지만 수입이 크게 줄고 소비가 개선되는 것은 놓쳤다”고 자인했다. 날씨가 따뜻해 에너지 소비가 줄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관련 설비·장비 등 수입이 줄어든 걸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민간 소비를 포함한 내수의 경우 정부의 이전 지출 효과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정부가 보조금 등 이전 지출을 늘리면서 소비 여력이 커진 가계가 전망보다 더 소비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정부 이전 지출 자료는 (1분기 GDP 발표 전) 거의 마지막에 왔기 때문에 반영이 어려웠다”며 “자료를 좀 더 빨리 받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프록시(대리 변수)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중앙정부 기준 올해 1분기 정부 이전 지출은 151조원이며 지난해(134조원) 대비 17조원가량 더 늘었다”며 “이 금액이 모두 민간 부문으로 갔다고 보긴 힘들지만 소비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국장도 “2월 전망 때보다 민간소비 기준으로 0.1%포인트 정도 격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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