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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장률·자금이탈 우려에 신중…”올해 금리인하 없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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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장률·자금이탈 우려에 신중…”올해 금리인하 없을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곤혹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높은 성장률·자금이탈 우려에 신중…”올해 금리인하 없을 수도”

한국의 예상보다 높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오히려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됐다.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이 꿈틀거리면서 금리 인하 시점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변경(피벗) 시점 후퇴와 유럽연합(EU)의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려 ‘강(强)달러’ 현상이 확산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3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1분기 ‘깜짝 성장률(1.3%)’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상 2.6%)보다는 낮지만 국제통화기금(2.3%), 골드만삭스(2.4%)보다 높은 수치다.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기존 2.3%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올해 전망치 상향 조정의 기저 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호조와 미국의 강한 성장세 등 대외 요인이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요인이 됐다”며 “또 내수도 예상보다 좋아 0.1%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재화수출(5.1%)과 건설투자(-2%)가 올 2월 전망치보다 각각 0.6%포인트 더 개선될 것으로 평가됐다. 또 민간소비(1.8%), 지식재산생산물투자(2.4%)도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설비투자(3.5%)와 수입(2.4%)은 각각 -0.7%포인트, -0.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26만 명으로 당초 예상(25만 명)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 전망치는 2.9%를 유지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연간 6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올 2월(520억 달러)보다 80억 달러 상향 조정했다.

1분기 깜짝 성장의 배경과 관련해서는 순수출과 정부의 이전지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출시 효과 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겨울 날씨가 좋아서 에너지 수입이 줄었고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서 설비 수입도 줄었다”며 “휴대폰 출시로 내수가 생각보다 좋아졌다”며 “정부의 이전지출로 소비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성장률·자금이탈 우려에 신중…”올해 금리인하 없을 수도”

한은은 1분기 깜짝 성장으로 인해 물가 상승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 2월 내놓은 전망(2.6%)을 유지했지만 수치에 드러나지 않은 위험성이 잠재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5월 중 3.2%로 높아졌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공공요금 인상 우려에 하반기 물가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상반기 통화정책을 긴축 유지로 마무리 지었다. 다음 달에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하반기 피벗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올 4월에 비해 훨씬 커졌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확인하고 그다음 폭을 생각해야 할 텐데,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거기까지도 논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환율 불안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피벗 시기와 연동성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하 시점과 그에 따른 환율 움직임 등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며 1350~136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로 환율과 자본이동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기계적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을 따라가지는 않지만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하반기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물가가 확실히 오르면 인상을 고려해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가능성이 제한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분기 성장률이 잘 나와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더 줄었다”며 “물가 상황에 따라 피벗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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