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은행인 미쓰비시UFJ(MUFG)은행이 남녀 임금 격차를 축소하는 기업에 우대 대출금리를 제공한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세웠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같은 혜택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업은 여행업체 JTB로, 미쓰비시UFJ은행은 3년간 약 80억엔(약 7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는 조건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JTB는 2023년도를 기준으로 미쓰비시UFJ은행 직원 중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61% 정도 수준이었다. 이를 2024년에는 62%로, 2026년에는 66%로 올린다는 것이 대출금리 우대 조건이다. 다만 닛케이는 구체적인 대출금리 인하 폭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미쓰비시UFJ은행에 따르면 남녀 임금 격차를 조건으로 이율을 우대하는 것은 처음으로, 대형 은행 가운데서도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미쓰비시UFJ은행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해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앞으로는 임금 격차 축소와 같은 사회・기업 통합 지표를 대출금리 우대 조건으로 삼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는 한국으로 31.2%를 기록했다. 일본은 21.3%, 미국은 17.0% 정도다. 일본은 한국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OECD 회원국 평균 11.9% 보다는 두 배 가량 높다. 일본의 경우, 관리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12.9%로 매우 낮은 편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당시 심각한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의 하나로 천명했다. 이듬해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기업이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표명하기도 했다. 이후 301인 이상 상시 고용 기업에 대해 남녀 임금 차이 공표를 의무화하고,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단순히 성별 임금 정보만 공개하는 것이 실제 격차 해소로 연결될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업이 저임금 여성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여성 근로자가 맡았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외형적 수치만 바꾸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례적인 제도가 기업들에게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021년에 종업원 250명 이상 기업에 대해 남녀 임금 격차를 매년 공표하도록 의무화하는 안을 공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지표를 매년 공표하도록 의무화했고, 독일은 임금 형평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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