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는 다시 3.50%로 동결했다.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어 위원 전원 찬성으로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금통위는 작년 2월부터 이달까지 11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3개월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머지 5명은 3개월 후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 개선, 환율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고 지정학적 위험도 지속해 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관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지만, 그 시점의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커졌다”고 언급했다.
반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됐다. 이 총재는 “물가가 확실히 올라간다면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한은이 더 적극적인 긴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에 관해 이 총재는 “통화량은 (기준금리 결정의) 적절한 지표가 아니고, 주택담보대출 증감 만으로 금융상황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저희가 보는 여러 금융상황지수상 아직 (한국 통화 방향은)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한은이 발표한 올해 3월 통화량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광의통화(M2·계절조정·평균잔액 기준)는 3994조 원으로 전월 대비 64조2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통화량은 작년 6월부터 10개월째 늘어나고 있다.
주담대도 다시 증가세다. 한은이 지난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1103조6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1000억 원 늘어났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가 4조5000억 원 증가해 865조 원이 됐다. 일각에서 현 상황도 완화적이니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이 총재는 “현 금리 수준도 (경제) 제약 수준이어서 물가(인상)을 제약하고 있다”며 “물가가 안정된 수준이 된다면 제약적이던 금리 수준을 정상화(기준금리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의 2.1%에서 2.5%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이번 성장률 재고 4분의 3 정도 요인이 순수출 증가에 기인했다”며 “수출은 예상보다 좋았고 수입은 예상보다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날씨가 좋아서 예상보다 에너지 수입이 많이 줄어든 것이 순수출 증가 요인”이라며 “순수출이 성장률 상향의 대부분을 설명해 내수보다 물가에 주는 영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음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을 종전 전망인 2.6%와 2.2%로 유지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한은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마찬가지로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앞서 KDI는 지난 16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내수는 예상보다 좋았으나 여전히 회복세가 더뎌 물가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올해 한국 경제가 종전 예상보다 활기를 보이겠으나 그럼에도 내수 부진으로 인해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준을 이어가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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