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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0% 상승’ 금융지주, 마냥 웃지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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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이 3년 연속 20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연결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국내 10개 금융지주사(KB·신한·농협·하나·우리·BNK·DGB·JB·한국투자·메리츠)가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21조5천246억원으로 전년(21조4천470억원) 대비 776억원(0.4%)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ATM기. 2024.4.9 jieunlee@yna.co.kr

올 들어 시총을 꾸준히 늘려 온 금융지주지만, 리스크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규제와 글로벌 환경에 크게 영향 받는 금융업 특성상, 단기간 주가 상승은 변동성을 키우는 ‘양날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증권가에 따르면 KB금융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7만7200원으로 연 최저가인 4만8900원에 비해 58% 상승을 기록 중이다.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이날 기준 연초 대비 각각 30%, 50%. 20% 가량 주가가 올랐다.

금융지주 주가 상승 주요 배경으로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늘어난 것이 꼽힌다. 1분기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상장사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공언하며 외인 투자가 금융지주에 몰렸다. 금융지주는 주당순자산가치(PBR)는 낮고 주주환원책 제안이 활발한 대표 업종이다. kKB금융 주가는 이달 8만3400원까지 오르며 연초 저점 대비 70% 가량 상승해 네이버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에 올랐다.

21일 기준 KB금융 외국인 주주 비중은 76.79%, 신한지주 61.68%, 하나금융 69.93% 우리금융 42.61%로 평균 62.7% 수준으로 지난해 말(59.6%)보다 3.1%p 높다. 같은 기간 전체 코스피 시장 외국인 지분율이 18.8%에서 19.8%로 1%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3배 가량이다. 금융지주는 통상 외인과 기관 지분 비중이 많지만, 1분기 만에 이 수치가 더 오른 것이다.

‘큰 손’인 외인의 투자가 늘어난 것은 이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는 의미다. 외인은 환율 등 변수에 민감한데다, 가치투자에 중심을 두고 장기 보유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 ‘단타’ 추세로 돌아선 경향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초 금융지주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BNP파리바는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 보유지분 3.6% 전량에 대해 블록딜을 추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 관계자는 “외인 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배당에서도 긍정적 요소는 아니”라고 말했다. 시장과 당국에서 외국인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정성 등 내실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금융그룹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대기업 관련 신용 익스포저(대출이나 신용 보증 등으로 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덩달아 대기업 집단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도 늘어 대손충당금 등 리스크를 더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국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DGB대구은행이 6월부터 전국 영업을 개시하는데다, 앞으로 4인터넷은행 인가도 예고돼 기업·소호 대출에서 먹거리를 나눠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KB금융, 신한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는 이달 회장이 직접 해외로 나가 글로벌 투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뉴욕 IR’에서 “주주환원 수익률을 높이자는 큰 방향성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13%대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지주 발행 주식량은 경쟁사 대비 125~160% 정도 많아, 당분간 현금 배당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 주식량을 조절하겠다”면서 “재무 정책은 ROE 10%를 목표로 하면서 손실 흡수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발행 주식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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