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D&I한라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직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최대 연 8.5%의 고금리를 제시했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한 바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소 건설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기관투자자에겐 인기가 없었지만, 금리 이점이 부각돼 개인 대상으로 불티나게 팔렸다. 이번에도 개인 투자자를 겨냥해 회사채 발행 조건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 D&I한라(BBB+)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발행을 목표로 만기는 1년, 금리는 최대 연 8.5%로 논의하고 있다. 직전 회사채 발행금리도 연 8.5%였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자를 붙여 발행하는 채권이다. 은행·증권사·연기금 등을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 전 매입 의사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수요예측 과정을 거친다.
지난 2월 HL D&I한라는 회사채 7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건설사 자금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리스크 관리에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은 BBB+급 채권을 담지 않는 데다가 건설업종은 아예 배제하는 곳도 있다.
다만 수요예측에서 주문을 받지 못하더라도 회사채 발행은 문제없다. 총액 인수 계약을 맺은 주관사가 최고 금리로 떠안은 후, 다시 투자자를 찾아 판매하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 한국자산신탁(A), 효성화학(BBB+) 등도 장내 상장 후 빠르게 소진됐다.
이번에도 미매각 우려는 크다.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풀리지 않은 데다 신용도도 BBB+급으로 기관이 담을 수 없는 투기 등급에 해당해서다. 최근 BBB+급 회사채는 하이일드 공모주 펀드에서 대거 담았는데, 건설업종은 예외였다. 이에 KDB산업은행이 나서 이번 HL D&I한라 회사채 중 절반가량을 담을 예정이다.
기관에 팔리지 않을 것을 감안해 개인 대상으로 판매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연 8.5% 금리에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월 이표채 발행이 유력하다. 월 이표채는 매월 고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한편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은 잇따라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GS건설(A), DL이앤씨(AA-) 등 1군 건설사들도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GS건설도 월 이표채, 고금리 등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으로 발행한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은 리스크 관리로 건설채를 담지 않고, 증권사 리테일에서도 추천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주관사가 장내 시장에 물량을 내놓으면, 고금리 이점에 끌린 개인 투자자들이 건설채를 담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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