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11차례 연속 동결했다. 1년 4개월째 동결로 최장 기간 금리 동결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가 기준금리 인하 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환율·가계부채 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은이 이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만큼 ‘내수 부진을 막기 위한 조기 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 올해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한 뒤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1999년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2009년 3월부터 2010년 6월까지, 2016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년 4개월간 금리 동결 이후 ‘최장 금리 동결’ 타이 기록이다.
여전히 불안한 물가 흐름과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뛰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아울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려 이미 역대 최대 수준(2.0%p)인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를 더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전격 상향 조정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을 위한 조기 금리인하의 명분이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2월 전망보다 0.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3%(전분기 대비, 속보치)로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연간 전망치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에 2.3%로 제시한 이후 지난해 2월(2.4%)과 5월(2.3%), 8월(2.2%), 11월(2.1%)에 수정한 바 있다. 한은 전망치 2.5%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6%보다 낮다.
한은은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지속해 올해 하반기 월평균 2.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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