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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의식? 주주 달래기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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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지주사 HD현대 지분을 이달 들어 수차례 매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HD현대 측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최근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이하 HD현대마린) 중복상장에 따른 외부 비판을 의식한 지분 매입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달초부터 지난 21일까지 총 12차례 걸쳐 HD현대 주식 총 19만5848주(지분율 0.25%)를 장내 매입했다. 시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 매입 규모는 1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을 매입한 것은 2021년 이후 약 3년만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정 부회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은 이달초 5.26%에서 5.51%로 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그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HD현대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HD현대 주가는 정 부회장이 지분 매입을 시작한 지난 2일부터 21일까지 1.1% 상승하는데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 회장의 지분 매입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복상장에 따른 비판 의식? 3년만의 지분 매입, HD현대 주주 달래기란 해석도 

다만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최근 계열사 HD현대마린 중복상장에 따른 HD현대 ‘주주 달래기’라고 지적한다.

최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HD현대마린은 선박 유지·보수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HD현대그룹 계열사로서, 최대주주는 HD현대(62%)다. 

HD현대마린은 6년간 매출은 6배, 영업이익은 4배 상승하는 등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 8일 성공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HD현대마린은 상장 첫날에만 공모가(8만3400원)보다 96% 상승한 16만3900원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7조원대로 올라섰다.

HD현대마린의 IPO 흥행에도 ‘더블카운팅'(중복계산) 지적은 HD현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블카운팅이란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모회사의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하면서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된 만큼 지주사에서 이를 할인하는 현상이며, 통상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실제  HD현대 주가는 4월 이후 HD현대마린 상장을 하루 앞둔 지난 7일까지 10.4% 하락했다.

HD현대가 HD현대마린 중복상장에 대한 일반주주 보호 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서 모회사 HD현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주주들이 어떤 이익을 받고 있는지, 상장을 통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 한 관계자는 “3년만에 책임경영을 내걸고 지분을 매입한데는 최근 중복상장에 따른 외부 비판을 일부 의식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실질적인 주가 상승 효과를 위해선 지배주주의 지분 매입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확대 등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HD현대 “HD현대마린 고배당 외에 다양한 주주가치제고 계획 검토”  

HD현대는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과 별개로 일반주주들을 위한 주주가치제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지난달 HD현대는 1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있는 만큼 주주가치제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선 HD현대마린의 고배당 정책과 함께 추가적인 주주가치정책을 마련 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마린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3년간 50~70%대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성향이 66%였던 지난해 배당금은 주당 2500원이었다.

​HD현대마린은 HD현대오일뱅크에 이어 HD현대에서 가장 큰 배당 재원이다. 따라서 HD현대마린의 고배당 기조 유지에 따라, HD현대 주주들에게 배분되는 배당금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HD현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HD현대마린의 배당성향을 최대 70%로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HD현대 주주들을 위한 주주가치제고 계획을  모색 중”이라며 “다만, 공개 시점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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