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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대만과 시총 격차 400조까지 벌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문제일까

조선비즈 조회수  

대만 주식시장 상장사 시가총액이 한국 주식시장 상장사 시가총액보다 400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격차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양국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TSMC 간 주가 흐름이 크게 엇갈린 영향이 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 상장사 2808곳의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시가총액 평균은 2642조원이다. 같은 기간 대만증권거래소와 타이베이거래소 상장사 시가총액은 각각 66조650억신타이완(NT)달러, 6조2200억NT달러다. 이달 평균 NT달러 대비 원화 환율(42.25원)을 고려하면 3054조원 규모다. 대만 증시 규모가 한국보다 412조원가량 앞섰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과 대만의 시가총액은 엎치락뒤치락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대만 주식시장이 우위를 굳혔다. 시가총액 격차도 올해 2월 171조원, 3월 226조원, 4월 360조원, 5월 412조원으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대만 자취안(加權) 지수가 20.71%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지수는 2.06% 오르는 데 그쳤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대만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 TSMC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22조4100억NT달러(약 947조원)로 대만 주식시장의 3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TSMC 주식은 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 45.7% 뛰었다.

이와 달리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비중 17.6%)인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2.39% 하락했다. 전날도 TSMC 주가는 2.73% 올랐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0.89% 내렸다. 삼성전자가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뒤처진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 이후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 시가총액 2위(비중 5.4%)인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 들어 38.48% 올라 대만과 시가총액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을 방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HBM3E 12단 제품도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과 대만 간 시가총액 격차를 좁히려면 증시 정책 등도 뒷받침돼야겠지만, 결국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이 더 좋아져야 한다. TSMC가 2021년부터 삼성전자 대비 순이익 규모를 앞지르면서 한국 증시가 대만에 따라잡히는 변곡점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DS부문장을 교체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2026년까지 TSMC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삼성전자보다 15조원가량 앞설 것으로 예측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며 “대만 업체들이 한국 업체보다 높은 AI 산업 관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차별화 현상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결국 밸류업 정책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날 중 1분기(2~4월) 실적을 발표한다. 다시 한번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을 경우 한국과 대만 증시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배, 5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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