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지난해 투자 열풍이 불면서 고점을 기록했던 이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 보수적인 시각 유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전장(4290.6)보다 0.17% 하락한 4283.15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 10개사로 구성된 해당 지수는 지난해 7월 25일 8523.18로 고점을 찍은 뒤 이날까지 49.66% 떨어졌다.
구성 종목별로 살펴보면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는 지난 6개월 동안 30.57% 하락했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 -28.73% ▲SK이노베이션 -25.93% ▲LG화학 -24% ▲LG에너지솔루션 -17.65% ▲에코프로비엠 -14.82% ▲포스코퓨처엠 –13.67% ▲삼성SDI -13.36% ▲에코프로머티 -6.25% 순으로 낙폭이 컸다. 엘앤에프 홀로 4%대 강세를 기록했다.
이들 종목이 약세를 나타낸 배경은 전기차 판매량 둔화, 메탈 가격 하락, 재고 조정 등의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특히 대표적인 이차전지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 3형제가 올해 1분기 줄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먼저 모회사인 에코프로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0.6% 감소한 1조206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은 29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액과 영업익은 51.7%, 93.8% 줄었으며 4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매출액이 66.3% 쪼그라들었고 순손실은 8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 업종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방 수요둔화로 인해 양극재 출하량과 판매단가가 각각 5%, 13% 하락했다”며 “판가 하락세가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부진, 일부 완성차 업체 및 전동공구 업체들의 재고환경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전방 수요둔화 및 리튬가격 하락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양극재 판매량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실적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 유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테슬라 차량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점도 투심을 위축시켰다. 지난 14일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25%에서 100%로 인상했으며 철강·알루미늄 및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도 25%로 올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이번 정책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의 배터리·부품·소재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도 IRA 보조금 때문에 비중국산 배터리·부품·소재 사용에 따른 메리트가 컸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의 추가 관세 부과를 7월로 예고하고 있어 대부분 비중국 전기차에 채용되고 있는 국내 이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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