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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명함 뒷면에는 키워드 3개가 적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과학과 금융의 연결 고리가 언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에 대한 정 부회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대카드는 테크 기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는 인공지능(AI)이 카드 설계사를 대신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며 “그 결과물이 다른 카드사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인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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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AI 기술 개발과 관련 사업에 1조 원을 투자했다”며 “현대카드 AI 기술은 어떤 알고리즘을 대입해도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스트럭처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데이터 수집·구축·활용이 시장점유율이나 손익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언론과 직접 만난 것은 2003년 ‘M카드’ 출시회 이후 20년 만이다. 왜 이 시기에 직접 화법으로 미디어와 소통하려고 했을까. “지난 20년간 데이터의 강을 거의 넘어온 듯하고, 이제 강둑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는 선문답 같은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 곧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 부회장은 PLCC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PLCC는 현대카드가 다른 카드사들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을 보이는 분야다. 정 부회장은 “PLCC를 단순 제휴 카드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아니다”라며 “제휴카드가 배달 음식이라면 PLCC는 케이터링 서비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PLCC는 현대카드가 AI 기술에 꾸준히 투자한 얻어낸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달 음식은 대규모로 음식이라는 최종 상품만 소비자가 가져가지만 케이터링은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서빙과 요리사 등을 다 보내주는 서비스죠. 대한항공 PLCC는 대한항공에 데이터 플랫폼을 판 것이고 올리브영 역시 데이터 플랫폼 때문에 함께하기로 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구조화하고 일반 기업들의 수요가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분야가 바로 PLCC라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애플페이를 도입한 것 역시 기술력 때문이라는 게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외산 차, 외산 폰은 어떻게 쓰느냐”며 “국제 결제 표준규격 ‘EMV 컨택리스(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비접촉 결제 서비스)’ 기술 파생을 위한 책임감 때문에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도입 등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에 대해서는 올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 1분기 실적이 좋지않게 나왔는데 자세히 보면 영업 성과가 상당히 좋다”며 “성과가 좋은 만큼 충당금을 많이 쌓아서 올 1분기 실적이 나빠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 부회장의 시선은 해외로 향해 있는 듯하다. “요즘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이상엽 대표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의 사업 구조와 파리 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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