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실적이 올해 1분기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강세로 루피아화 가치가 하락하자 지난해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로 인해 현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4대 시중은행이 앞다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의 주요 거점이다. 최근엔 보험사인 한화생명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은행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억명에 육박하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인 데다 성장 잠재력이 높아 투자 매력도가 높은 시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은행들이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변수는 금리다. 당분간 금리 직격탄에 은행들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90억원) 대비 25.3% 감소했다. 우리소다라은행은 4대 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중 가장 높은 영업 실적을 내고 있다. 2014년 현지 은행인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우리소다라은행의 연간 순이익은 2015년 24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대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분기 실적 감소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늘어 우리소다라은행의 실적이 감소했다”며 “또 지난해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자산건전성 관리에 보다 집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115억원에서 올해 1분기 98억원으로 14.8% 줄었다. 기업은행 현지법인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46억원에서 38억원으로 16.9%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부코핀’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KB부코핀의 순손실은 336억원에서 688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 국민은행이 최대주주로 오른 KB부코핀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 여파에 2022년 1조원, 지난해 26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캐시카우(수익원)’로 떠오르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은행들이 부진한 실적을 낸 이유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 법인은 주로 외화 채권 등을 발행해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인도네시아의 기준금리가 올라 돈을 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들게 돼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5.50%에서 5.75%로, 10월엔 6%로 0.25%포인트씩 각각 인상했다. 올해 4월엔 6.25%로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하기도 했다.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곳은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다. 지난해 1분기엔 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73억원의 순이익을 내 흑자 전환했다. 현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점이 실적 희비를 갈랐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12월 말 국제금융공사로부터 2억 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달러 조달이 어려운 인도네시아에서 투자를 유치해 성장 기반을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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