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물가와 달리 식료품비 크게 올라
지난 1년 사이 농·축·수산물 18배 뛰어
OECD 평균 5.32%보다 높은 6.95%
“물가 지원 품목, 저소득층 고려해야”
전체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져 안정적 단계로 향하고 있음에도 정작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이 지난 1년 사이 약 18배 뛰었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농·축·수산물 물가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안정·감소 경향을 보인다. 이와 반대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여전히 상승 추세를 계속한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월 2.7%에서 지난 4월 2.9%를 기록하며 2%대를 유지 중이다. 근원물가상승률 또한 같은 기간 4.0%에서 2.2%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0.6%에서 10.6%로 약 18배 올랐다. 지난 3월 11.7%와 비교하면 4월에는 10.6%로 소폭 둔화하긴 했으나, 여전히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은 과실류와 채소류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냉해·호우, 일조량 부진 등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 사과’ 논란을 낳았던 과실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6월 2.2%에서 지난 4월 38.7%로 치솟았다. 채소류 물가상승률도 같은 기간 3.6%에서 12.9%로 약 4배 늘었다. 사과 출하량이 전년대비 31.7% 감소하고, 대파 역시 23.5% 줄어든 영향이다.
사과와 채소류가 치솟으면서 최근 식품 부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월 기준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부문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OECD 전체 평균 5.32%보다 높은 6.95%를 기록했다.
특히 OECD 전체 평균 식료품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하락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증가 추세다.
보고서는 “저소득계층의 경우 전체 식품 지출비 가운데 농·축·수산물, 특히 채소와 곡물 지출 비중이 높아 (정부가) 물가 지원 대상 품목을 선정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경우 농·축·수산물 소비지출 비율이 31.8%로 상위 분위 대비 가격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물가 상승에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대책으로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농산물의 유통비용률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유통비용 절감과 가격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유통비용률은 2018년 46.7%에서 2021년 48.8%, 2022년 49.7%로 높아지는 추세다.
보고서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 중심의 비효율적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산물 가격 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 할당관세 정책에 관해서는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 확대 등 일시·단기적 정책을 반복하면 생산자 자율 수급 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 체질 개선을 위한 품목별 생산자를 조직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이 자율적으로 농·축·수산물 판로 확대와 수급 조절, 가격 안정을 도모하게 함으로써 품목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 조절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채소가격 안정 사업 가입률과 계약재배 물량 대비 조절 물량 비율이 낮고 연도별로 저하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수급 안정 등 효력 발생을 위해 가격 차이 보전, 사전 면적 조절, 출하 장려 등 조절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조금은 소비 홍보나 교육, 정보 제공보다는 수급 안정, 유통구조개선, 경쟁력 제고 등에 대한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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