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놓고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주식에 매기는 세금이 높아진다면 굳이 수익률이 낮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 5개는 모두 미국 주식형 상품이다. 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171.2%), TIGER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139.36%),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127.72%) 등이다.
국내 종목을 담은 ETF의 수익률은 KOSEF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92.66%)를 제외하면 미국 주식형 ETF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과 한국 ETF에 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고 가정할 때 미국 ETF에 투자했다면 수익은 1억7120만원에 달한다. 한국 ETF의 경우 9266만원이다. 수익률은 미국 ETF가 월등하지만 세금을 고려하면 한국 ETF를 사야 할 이유가 생긴다.
미국 ETF의 경우 250만원 한도 내 비과세를 적용 받아 3712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최종 수익은 1억3408만원에 달한다. 한국 ETF의 경우 비과세를 적용 받아 배당소득세를 제외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아 9266만원이 최종 수익이 된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비과세였던 9266만원의 수익 중 939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실제 수익은 8327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증권가에서 금투세 도입이 우리 주식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떠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시장 이탈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8조6150억원의 주식을 매도했으며, 이달 들어서만 2조6740억원을 팔아치웠다.
현금화한 투자금은 해외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에만 미국 시장에 100조8930억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이후 서학개미 열풍이 불면서 2020년 132조원에서 작년 말 기준 183조원대로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 외에 올해 홍콩(8조7883억원), 일본(2조198억원) 등으로도 투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10년 동안 코스피 지수는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장주만 모여있는 코스피 200지수로 좁혀봐도 41.89%에 그친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177%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인공지능(AI) 등의 발전으로 10년 사이 304%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증시의 경우 펀더멘털이 탄탄한 업종 위주로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며 “세금 우대 정책마저 없다면 굳이 국내 증시를 고집하는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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