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873만톤(t)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올해 1~4월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약 314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전 세계로 대거 유입됐고, 국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철강재 사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중국산 후판 가격은 t당 70만원 후반 수준으로 국산 철강재가 90만원 후반대 가격을 형성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가격이다. 특히 조선업이 호황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중국 철강사들은 선박용 후판을 꾸준히 찍어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후판 생산능력은 연간 1억2000만t에 이른다. 중국의 후판 수출 물량은 2019년 311만t에서 지난해 570만t으로 83% 넘게 증가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산 공습에 국내 철강업계는 고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1분기 영업이익은 58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감소했다. 현대제철 영업이익은 33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3.3% 줄었다.
중국산 철강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지난 14일 중국 철강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넘게 인상해 관세 장벽을 더 높였다.
이에 따라 국내 업계의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쿼터(공급 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어 연간 수출량이 263만t으로 묶여 있다. 대중 규제가 있어도 미국에서 한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으로 가야 할 중국산 철강이 한국을 비롯한 또 다른 국가들로 유입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철강 업계는 수익성 하락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철강사는 중국산 수입 철강재를 대상으로 반덤핑 부과 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일부 업체는 감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기업과 ‘철강 수출입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민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중국 부동산 침체에 따른 수요 전망 악화로 중국이 물량 밀어내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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