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커지는 내홍으로 혼란에 빠졌다. 새 집행부가 꾸려지는 과정에서 전 집행부와 갈등이 격화돼 선거 결과가 뒤집혔고, 뒤집힌 결과에 불복하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전·현 집행부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진행 중인 산별중앙교섭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직무가 정지된 윤석구 신임 금융노조위원장 측은 이날 법원에 직무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했다. 전날 선관위가 내린 임원선거(보궐) 당선무효 결정에 불복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2~24일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 사퇴로 제27대 임원(노조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보궐 선거를 진행했으며, 당시 기호 2번인 윤석구 위원장 측은 51.88% 득표율을 기록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기호 1번 김형선 후보(IBK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 측을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김형선 후보 측은 윤석구 위원장 측이 선거 과정에서 금품 제공과 사측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면서 선관위에 이의를 신청했고 선관위는 이의를 받아들였다.
선거 과정 중 문제가 드러난 것도 있지만 선거 전부터 내부 세력 간 갈등이 극심했던 만큼 충돌은 예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노조는 박홍배 전 위원장과 함께 발을 맞췄던 김형선 후보를 지지하는 측과 윤석구 현 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었고, 세력 간 알력 다툼이 확대된 탓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보궐 선거에서 윤석구 위원장 측이 승리하면서 기존 김형선 직무대행 임원진은 모두 물러나야 했고, 새 집행부는 전 집행부 측 물빼기 작업으로 전 집행부의 책상·의자 등 사무용품까지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특히 선거 이후로도 둘로 나뉜 세력 간에 갈등이 계속되면서 노조를 운영할 인원이 부족해진 금융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굴러가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새로운 집행부 선출이 30일 이내에 치러야 하지만 두 세력 간 법적 분쟁이 길어지면 사실상 노조 업무는 마비될 공산이 크다.
이는 향후 사측과의 싸움에서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세력이 갈라진 탓에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이는 임금단체협상과 산별중앙교섭에서도 노조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난 17일 열린 올해 두 번째 산별중앙교섭에선 새 집행부가 자리했다. 하지만 그동안 산별중앙교섭을 전 집행부가 준비했고, 이런 내용이 새 집행부로 온전히 공유되지 못한 탓에 준비가 미흡한 채로 산별중앙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선거 전부터 갈등이 깊었고, 이제는 두 세력이 완전히 척을 진 상황”이라면서 “이미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이 불가한 상황에서 법적 분쟁까지 들어가면 당분간 노조는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