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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인건비 상승 여파로 치솟은 공사비 때문에 전국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선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수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 등을 막고 빠르게 입주를 마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사비를 기존 약 4723억원에서 4.6% 증가한 약 494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이문3구역은 이미 분양을 마치고 내년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 조합도 지난 9일 대의원회를 소집하고 공사비를 당초 2203억원에서 13.9% 증가한 2509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안건을 오는 31일 예정된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행당7구역은 지난 1월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비를 2714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합의가 불발되며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오는 8월 일반분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조합원들의 자금력이 뛰어난 강남권에선 정비사업 조합이 공사비를 3.3㎡당 1000만원 이상으로 인상한 단지도 나왔다.
강남구 청담건영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3.3㎡당 평균 공사비를 당초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65.5% 증액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리모델링 단지 기준으론 역대 최고액(3.3㎡당 기준)이다. 이로써 공사비 총액은 약 982억원에서 1708억원으로 뛰었다. GS건설은 이르면 내년 5월 공사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 역시 지난달 16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3.3㎡당 공사비를 569만원에서 128.5% 올린 1300만원으로 증액하기로 의결했다. 정비사업 공사비 기준 3.3㎡당 역대 최고가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비를 당초 3.3㎡당 1390만원을 요구했지만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면서 소폭 조정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총 공사금액은 약 576억원에서 131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선 배경에는 공사 중단 및 입주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겠다는 조합과 조합원들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이주비 대출 등에 따른 금융비용만 매월 최대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예전에도 여러 정비사업지에서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이 발생했지만 협의가 지연될수록 인상폭만 커진 바 있다. 이에 조합들의 대응 방식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겁고 집값도 꿈틀대고 있어 공사비를 다소 올리더라도 일반분양가를 인상해 조합원 부담을 낮추면 된다는 인식 역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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