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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인적 쇄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을 위촉한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DS 부문을 이끌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경 사장은 대표이사 자리도 사임해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한종희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삼성전자가 정기 인사를 6개월가량 앞둔 상황에서 ‘원포인트’ 깜짝 인사에 나선 것은 반도체를 둘러싼 내부적 위기감 때문이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메모리 시장의 만년 2등이었던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는 인텔이 삼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메모리 1등, 파운드리 2등’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 1위 업체인 TSMC가 HBM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다이’까지 직접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삼성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삼성 반도체 부활이라는 특명을 받은 전 부회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삼성의 메모리 신화를 일군 주역이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LG반도체를 거쳐 2000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D램·낸드플래시 개발과 마케팅 등 실무를 두루 경험하고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어 2017년부터는 삼성SDI 사장, 삼성SDI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배터리 사업을 진두지휘하다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로 복귀해 미래사업기획단을 총괄했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풍부한 노하우를 갖춘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 분위기 쇄신을 통해 반도체 초격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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