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 3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작년도 사업보고서에서 대기업 여신 관련 위험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다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집단의 여신건전성이 악화하면 그 여파가 중소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주채무계열을 중심으로 경계심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가 일정 금액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고 이들의 주채권은행을 공개한다.
KB금융은 “위험에 노출된 금액(익스포저) 기준 상위 20대 기업 중 8개 기업은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37개 주채무계열 명단에 있다”며 “작년 말 기준 주채무계열에 속한 대기업 집단에 대한 위험노출 규모는 작년보다 46조3260억원으로 전체 위험노출액의 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이 2022년 말 기준으로 신고한 주채무계열 지정 대기업 집단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39조5350억원, 비중은 6.2%였다. 1년 사이에 위험노출 규모는 6조7910억원, 비중은 0.8%포인트 상승했다.
신한금융도 기업여신 중 위험에 노출된 금액이 가장 많은 10개 기업이 모두 주채무계열에 속했다고 밝혔다. 이 중 3곳은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작년 말 기준 신한금융의 전체 위험노출 중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오른 8.8%(30조5210억원)으로 보고됐다.
우리금융도 작년 말 국내 4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한 위험노출 규모와 비중이 25조9180억원(4.4%)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1년 전(21조6220억원·3.9%)보다 확대된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자신들의 기업대출이 소수 대기업 차주에 집중된 게 위험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주요 대기업 집단에 대한 위험노출액이 실제 부실화한다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해 주채권은행의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다. 이들은 대기업 건전성이 무너지면 중소기업까지 도미노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의 기준시점(작년 말) 이후에도 기업들은 채권 발행보다는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은 8조92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조7682억원)의 56.6%에 불과한 규모다. 이 기간 회사채 발행액은 45조3515억원에서 49조605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상환 규모가 29조5833억원에서 40조6837억원으로 37.5% 급증했다.
반면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의 규모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37조원 늘었다. 이중 대기업 대출 잔액 증가액이 19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확대하면서 주채무계열로 지정된 대기업에 대한 여신 규모도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지주사들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기업 대출이 급증하는 데 대한 경계심리가 퍼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20일 공개한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의 부채 증가율이 두드러졌다”며 “일부 대기업 집단은 자본 대비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향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주력 업종의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 재무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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