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 업체들이 잇달아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가운데, LIG넥스원이 만든 지름 2.75인치(약 7㎝)짜리 유도로켓(무선·적외선 등의 유도에 따라 목표물에 도달하는 무기) ‘비궁(匕弓)’의 수출 계약이 이르면 연내 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계약이 성사되면 비궁은 미국으로 수출된 최초의 국산 무기체계가 된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오는 7월 열리는 림팩(RIMPAC·환태평양훈련)에서 비궁에 대한 최종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비궁이 남은 발사 시험에 통과하면 계약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미 해군은 소형 고속정을 주력 무기로 하는 후티 반군과 분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값싼 소형 유도무기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이다.
애초 비궁은 미국과 함께 개발하던 무기체계였다. 2000년대 초 미군은 다수의 대형 대함미사일을 갖추고 있었으나, 소규모 보트를 이용해 직접 군함에 충돌하는 신종 테러 공격에 취약했다. 이에 미군은 기존에 사용하던 지름 2.75인치 로켓에 유도 장치를 부착한 저가형 유도로켓을 공동 개발할 국가를 찾았고, 소형 함정을 이용한 북한의 습격에 대응하려던 한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미국과 한국의 LIG넥스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2007년부터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당시 프로젝트 이름은 저가형 영상 유도로켓을 뜻하는 로거(LOGIR·Low-cOst Guided Imaging Rocket)로 명명됐다. 이후 미국은 2012년에 예산 문제로 중도 이탈했다. 한국은 계속 사업을 이어갔고 2015년에 개발을 마친 뒤 2018년 전력화했다. LIG넥스원이 양산을 담당한 이 무기체계는 추후 비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궁은 지대함(地對艦) 미사일로 개발됐으나 지대지(地對地), 함대함(艦對艦), 공대함(空對艦), 공대지(空對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적외선 유도장치가 탑재돼 발사한 뒤에도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어 다수 표적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고, 차량 탑재 방식을 적용해 다양한 플랫폼에 모듈 형태로 장착할 수 있다. 열 영상 탐색기를 통해 야간에도 운용이 가능하다.
비궁의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양산 시 로켓 1발당 가격은 4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군의 주력 미사일인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비궁은 2020년 4월 국내 개발 유도무기 중 처음으로 FCT(해외비교성능시험) 프로그램을 통과했다. FCT는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동맹국의 우수한 국방 장비와 기술을 시험·평가해 미군의 주력 무기체계 개발·도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나 플랫폼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이다.
비궁은 지난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랑스 업체가 건조한 신형 고속초계정 12척을 도입했는데, 여기에 비궁이 장착됐다. 비궁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도입한 순찰정에도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양국이 방산 분야 FTA(자유무역협정)로 불리는 국방상호조달협정 체결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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