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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오면 짧아지네”…같은 전기차 주행거리 다른 이유는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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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전기차 i5 eDrive40. (사진제공=BMW코리아)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BMW의 전기차 i5 eDrive40의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59㎞다. 그런데 같은 모델이 유럽에서는 주행거리 582㎞를 인증받았다. 같은 전기차인데 주행거리가 100㎞ 넘게 차이 난다. 국내 주행거리 인증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만 오면 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걸까.

같은 전기차인데 국가별로 주행거리가 달라지는 이유는 시험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국가별 도로 환경에 맞춰 다른 시험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행거리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BMW i5 eDrive40은 유럽에서는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WLTP는 UN 자동차 법규 표준화 기구에서 마련한 연비 측정 방법으로 2017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심 운전에서의 효율에 초점을 둔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WLTP는 실내 실험실에서 차량을 차대동력계 위에 올려 평균 시속 47㎞, 최고 시속 130㎞로 총 23㎞ 주행해 평가한다. 주행을 시작해 멈출 때까지 달린 거리를 측정한다. 외부 온도나 배터리 상태, 공조기 사용 여부, 급가속 등의 변수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인증제도를 따른다. 유럽 WLTP처럼 실내 차대동력계에서 시험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주행모드가 다르다. EPA는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멀티 사이클 테스트 방식(MCT)을 적용한다. 도심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 공조기 가동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주행거리를 산출한다.

도심 주행시험에서는 최고 시속 90㎞로 중간에 수십 번 정차하며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달린다. 고속도로 주행시험에서는 정차 없이 최고 시속 96㎞로 주행한다. 이렇게 나온 두 가지 값의 결과를 5.5대 4.5 비율로 반영한다. 이렇게 나온 결괏값의 70%만 주행거리로 인정한다. 외부 온도 등 다양한 변수로 주행거리 편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EPA의 주행거리가 유럽 WLTP와 비교해 10~15% 짧다고 본다. EPA 시험에는 고속도로 주행시험이 포함돼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고속주행 환경에서 주행거리가 짧아진다. 유럽 도심 주행에 초점을 두는 반면 미국은 교통 환경 특성상 고속 장거리 주행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험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내 주행거리 인증 기관은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다. 미국 EPA 검사 방식과 유사하다. 도심과 고속도로 두 가지 주행모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비중은 각각 5.5대 4.5 비율로 반영한다. EPA와 다른 것은 한국 상황에 맞게 개발한 ‘5-사이클(Cycle)’ 보정식을 대입해 주행거리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5-사이클은 도심, 고속도로,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상황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만든 보정식이다. 국내 전기차 인증 주행거리가 유럽 WLTP와 미국 EPA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나오는 주요 이유다.

고온과 저온에서의 주행거리를 따로 구분해 인증하는 것도 한국뿐이다.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하고 연간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가 큰 국내 특성이 반영됐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온에 비해 저온에서 전기차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들고, 특히 초기 전기차는 전기차에 많이 취약해서 이에 대한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며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저온에서의 주행거리도 측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이어의 크기나 저항값 등도 주행거리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실제로 BMW i5 eDrive40의 경우 지난해 8월 첫 국내 인증 당시 주행거리가 399㎞로 측정됐다. 그러나 11월 재인증에서는 주행거리가 459㎞로 기존 대비 60㎞ 늘었다. 기존에는 21인치 타이어 기준으로 측정했으나 19인치 타이어로 새로 인증을 받으면서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환경부 시험에서는 타이어마다 다른 저항값을 보정하기 위해 실도로에서 측정한 수치를 반영한다.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동력계에서 시험을 하기 전에 실제 도로에서 차량을 주행하고 고유의 저항값을 측정한다”며 “그 저항값을 동력계에 반영해 실제 주행 시의 저항을 모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EPA나 유럽 WLTP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주행거리 인증 결과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수입 전기차의 경우 외국에서 국내에 들어올 때 주행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은 WLTP에 비해 국내 주행거리가 30~40%가량 짧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인증 결과에 비해 국내에서는 주행거리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맞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따라야만 하는 기준”이라며 “다만 이제는 소비자들도 인증 기관별로 주행거리가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감안해서 구매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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