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 정부가 ‘초계기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되어 온 국방장관 회담을 여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20일 요미우리신문은 이르면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양국이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초계기-레이더 갈등’ 재발 방지책을 확인하고 교류 재개에 합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한일 양국 간 안보 협력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온 초계기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안보 관계 정상화를 꾀하기 위함이라고 짚었다.
구체적으로는 회담에 맞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초계기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문서를 교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회담을 계기로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 군과 자위대 간부의 상호 방문을 추진하고 양국 간 공동훈련 등으로 신뢰 관계 재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회담에서 해상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규범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시 신호규칙'(CUES)을 근거로 ‘공해 상에서 비행·항행 자유와 안전 확인, 함정·항공기 접근 시 의사소통 철저’ 등에 합의할 것으로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照射)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사건 직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항의했고 방위성은 증거로서 초계기 내부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다고 부인했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단절된 양국간 협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 당시 한일 국방장관이 만나 초계기 갈등과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해상자위대 수장인 사카이 료 해상막료장은 3월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부가 재발 방지책을 정리한 합의 문서의 책정을 위해 조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북한에 대한 대응에 있어 한미일 3국에 의한 안보협력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토대가 되는 한일 간 연계 강화도 빠질 수 없다”면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안정 유지라는 공통 이익을 가진 한일의 불화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논의 배경을 전했다.
이어 “양국은 방위 교류 재개를 기해 공동 훈련 등 부대 간 신뢰 관계 재구축도 서두를 전망”이며 “이달 하순 서울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안보 협력 추진의 중요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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