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국민연금과 국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이 상세히 공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 판정문이 최근 공개된 데에 따른 주장이다.
20일 포럼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JB금융지주, 금호석유,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제안 안건을 모조리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해당 포럼은 기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금융투자업계의 투자자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결성된 사단법인이다.
포럼은 “국민연금이 공개한 반대 사유는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짤막한 한 줄 뿐”이라며 “어떤 근거로 이사회 안이 주주제안보다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내역도 깜깜이다. 포럼은 “상당수의 자산운용사가 자체적인 의결권 행사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다”며 “이는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포럼 분석에 따르면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시한 주식운용 금액 기준 상위 10개 자산운용사들의 주주제안 찬성률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2022년에는 주주제안 찬성률이 60%에 달했는데, 2023년에는 32%, 올해는 23%로 줄었다.
포럼은 “약 200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상세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을 성실히 행사하고 있으며, 상세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일본 국내 주식 대상 주주제안 안건 중 외부감사 선임의 건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찬성률은 43%”라며 “이사회안에는 대부분 찬성하는 한국과는 달리, 이사의 퇴직금 관련 이사회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율이 87%”라고 했다. 포럼은 “더 중요한 것은 이들 운용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의결권 행사 내역을 상세히 공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포럼은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점을 배워야 한다고 봤다. 포럼은 “깜깜이, 무논리, 무근거 의결권 행사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 녹아 없어지지 않도록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들이 성실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사 근거를 충실히 공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환경이 조성될 때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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