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브랜드는 레이싱과 관련이 깊다.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세라티의 경우 레이싱 무대가 출발점이었고, 페라리도 고성능 경주차 제작이 계기가 됐다. 이들 브랜드는 화려한 이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양산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 최근에는 맥라렌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세계 최고 자동차 대회로 꼽히는 포뮬러1(이하 F1)을 섭렵하고, 2010년부터 새로운 영역 구축에 나서고 있다.
슈퍼카는 수준급 레이싱 경험에서 얻은 고유 기술이 접목돼 특별한 성능을 자랑한다. 슈퍼카에 열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서킷이 아닌 일상에서 레이싱 DNA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라렌은 경량화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브랜드로 꼽힌다. 차체 무게로 인한 가속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단 0.001초라도 단축시키려는 노력은 ‘아투라’에서 확실한 결실을 맺었다. 이 차는 맥라렌의 고유 특징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도 무게 감량을 실현시켰다.
아투라의 가장 큰 특인은 초경량 엔지니어링에 있다. 아투라는 맥라렌이 개발한 혁신적인 초경량 카본 아키텍처가 최초로 적용된 모토코크를 플랫폼으로 한다. 이 차의 맥라렌 신형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크기와 무게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 자체 중량은 160kg으로 V8 엔진과 비교해 50kg 더 가벼워 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소요된 중량도 130kg 밖에 되지 않는다. 시스템 구동을 위해 필요한 케이블 역시 최대 25% 을 줄였다.
이는 단순하게 가벼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전체 중량을 줄이면서 내구성과 유연성, 견고함을 함께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를 토대로 맥라렌은 1395kg에 불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만들었다.
체중을 최소화한 결과는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이어졌다. 아투라는 최대 68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슈퍼카 성능을 증명하는 주요 수치인 무게 대비 출력비 역시 동급 최고인 1톤당 488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다. 200km는 8.3초 만에 주파한다. 가속페달을 꾹 밟고 있으면 엄청난 가속력으로 도로를 지배하기 때문에 머릿속에서는 항상 브레이크 밟을 준비를 해야 했다.
아투라는 경쟁 슈퍼카와 비교해 가장 낮은 무게중심을 갖추고 있다. 도로 지면과 딱 붙어 이동해 속도가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됐다. 속도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기분은 그야말로 짜릿했다. 고속 코너구간에서 차체 움직임과 울퉁불퉁한 노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오히려 운전의 재미로 다가왔다. 고속구간에서는 정확도 높은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활용할 수 있다.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장거리 운전을 도왔다.
다만, 방지턱을 넘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차가 된다. 속도를 최대한 줄여 차체를 높여야 차량 바닥면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전기차로만 31km를 갈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31km는 기름 한 방울 없이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강남을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다. 전기 모드 최고 속도는 130km까지여서 가속에 대한 부족함도 없다. 서울 근교 약 100km 시승한 후 최종 연비는 11km/ℓ를 기록했다. 웬만한 양산차와 맞먹는 연료 효율성이다.
불필요한 소음도 최소화할 수 있다. 주거지나 주차 등 저속에서 요란한 엔진 배기음 없이 전기 모터로만 무소음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2시간5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접근성을 높였다.
역동적이고 날렵한 디자인 역시 아투라의 강점이다. 나비처럼 위로 문이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는 언제나 주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나 순수하게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장난감으로만 볼법한 차 문이 위로 열리는 슈퍼카를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자 진심어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실내는 간결하다. 공조시스템도 즉각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최소화했다. 간단한 수납은 앞쪽 ‘프렁크’를 활용하면 된다.
맥라렌 아투라 가격은 3억29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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