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전문가 칼럼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이 영향을 주면서 이제는 한일 감정 싸움으로 아니 감정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 전 조선 통감의 후손이라는 기사를 링크했다. 반일 감정을 유발하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 총무상은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로 확인된다고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독도를 방문했는데 “혹시라도 라인 경영권이 일본 기업으로 넘어가면 ‘디지털 갑진국치’로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다. 조 대표는 “더 기가 막힌 것은 윤석열 정부의 행태”라며 “과거 박정희·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친일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굴종도 이런 굴종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친일 정권을 넘어 종일(從日), 숭일(崇日) 정권”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라인야후 사태에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은 14일 일본 정부를 향해 “네이버 의사에 배치되는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이버는 전 국민들이 일본에 대해 분개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에 라인 야휴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라인야후 역시 일본 정부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에 지분 매각을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야당의 대응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윤 의원은 “라인야후 사태가 제2의 죽창가(竹槍歌)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야당 일각의 ‘반일(反日)몰이’를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우리의 시각과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충돌하다보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나서지는 못할 망정 야당 대표들이 라인야후 사태를 반일선동의 소재로 삼는 자극적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 이후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 등도 “식민지배와 라인야후 문제를 연결해 한국 내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빅데이터는 라인 사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지난 10~15일 일본과 총무성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일본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한국’, ‘라인’, ‘정부’, ‘미국’, ‘중국’, ‘다음’, ‘야후’, ‘주가’, ‘사태’, ‘느낌’, ‘국가’, ‘작품’, ‘경제’. ‘반도체’ 등으로 나왔고 총무성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라인’, ‘정부’, ‘일본’, ‘야후’, ‘소프트뱅크’, ‘사태’, ‘한국’, ‘경영’, ‘직원’, ‘정치’, ‘플러스’, ‘협상’, ‘의사’, ‘윤상현’, ‘국민’ 등으로 나타났다(그림1).
이번에는 빅데이터로 네이버와 라인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같은 기간 동안 확인해 봤다. 네이버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라인’, ‘정부’, ‘일본’, ‘야후’, ‘사태’, ‘한국’, ‘소프트뱅크’, ‘다음’, ‘플러스’, ‘직원’, ‘경영’, ‘쿠팡’, ‘지원’, ‘미국’ 등으로 나타났고 라인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일본’, ‘정부’, ‘야후’, ‘사태’, ‘한국’, ‘소프트뱅크’, ‘수사’, ‘인사’, ‘다음’, ‘직원’, ‘경영’, ‘느낌’, ‘디자인’, ‘국민’ 등으로 나왔다(그림2). 네이버와 라인의 빅데이터 연관어를 볼 때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잠잠했던 반일 감정이 다시 재점화되는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재조정하든 그렇지 않든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에서 계속 기업 활동을 해야 한다. 조국 대표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우리 땅인 독도를 방문하는 것에 대해 일본이 감히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우리 국민과 기업을 돕는다고 독도를 방문하지만 정작 라인야후 사태는 이로 인해 더 꼬이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독도 방문 이후 기업 경영권 차원의 문제인 라인 사태는 엉뚱하게 민족 감정이나 독도 영유권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독도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말했다. 이어 하야시 장관은 조 대표의 방문에 대해 “영토, 영해, 영공을 단호히 지켜낸다는 결의 아래 의연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도 방문으로 네이버 라인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반일로 극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뒤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을 역임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정치판세를 전망하는 ‘배추도사’로 통하며, 유튜브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으로 정치의 핵심과 흐름을 명쾌하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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