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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경영난 장기화에 의료기기·제약사 등 의료산업계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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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량 감소·대금지급 연기…의료산업에 악영향 [존폐위기 몰린 의료산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주 1회 휴진’과 의료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병원의 경영난으로 병원에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운영난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의 진료, 입원·수술이 줄면서 납품 수량이 감소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도 미뤄지면서 의료산업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 의료산업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2월부터 의약품 처방량과 의료기기 소모품 매출 등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에선 임상시험 진행이 지연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와 전임의 등 의료진이 집단으로 의료현장을 비우면서 의료 공백이 커진 탓이다. 전공의를 수련하고 있는 대학병원 등은 모두 환자 진료를 대폭 줄이고 검진·수술 일정 등을 조정하고 있다.

진료 축소와 환자 수 급감으로 인해 병원에 공급되는 약품과 의료기기 납품량은 줄어들고 있다. 입원 환자 수가 줄고 중증·응급을 제외한 수술이 급감하며 원내 의약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원내 의약품 처방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거래하던 병원에서 요청하는 물량 대비 30%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1분기에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감소 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제약사들의 매출에서 전문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1~83%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에 납품하는 전문의약품이 많은 업체일수록 의료공백으로 인한 여파를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제약사들의 임상시험 진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임상시험은 대부분 대형병원에서 이뤄지는데 환자 수가 급감하며 환자 모집도 어려워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783건의 임상시험 등록으로 세계 4위 수준을 기록하고, 서울이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로 꼽혔다. 하지만 이번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 임상시험 수가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섰다.

의료기기 대금 지급 시기를 미루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울대병원은 3월 말 의약품과 진료 재료, 의료기기, 의료소모품, 의료비품 등에 대한 대금 지급 시기가 3개월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변경된다고 긴급 공지했다. 의료 공백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병원 내 현금 부족 사태를 극복하려는 방안이다. 의료기기업계는 일부 대학병원의 경우 대금 지급 시기를 9개월까지 늘렸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했다.

한 의료기기 회사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하다 보니 의료기기 회사들 모두 문 닫게 생겼다”라며 “몇 개월째 진료, 치료, 처치 등이 줄어서 의료기기 사용이 반 토막이 났고, 병원들도 진료 수입이 줄어 의료기기 회사에 지급할 대금을 늦게 주거나, 일부만 주는 등의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기기 업계 특성상 중소 규모 회사가 많다 보니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보유 자금이 적고 자금 동원 능력도 부족해 줄도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과 규모를 파악 중이다. 협회 측은 최근 “의료기기 간납업체의 일방적인 대금결제기한 연장은 의료기기 업체에게 심각한 자금순환의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며 불공정행위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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