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가 티빙·웨이브 합병을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CJ ENM과 티빙·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반년 만에 나온 소식이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실제 이뤄질 경우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살펴봤다.
20일 SK스퀘어에 따르면 SK스퀘어는 CJ ENM과 티빙·웨이브 합병 계약을 조속히 체결할 계획이다. 각각 SK스퀘어는 OTT 웨이브, CJ ENM은 티빙의 모회사다. 업계는 SK스퀘어의 이번 발언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중 티빙과 웨이브 합병안이 나올 것으로 봤다.
티빙·웨이브 합병, 넷플릭스 대적자 되나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OTT 앱 트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티빙 점유율은 21%로 웨이브는 13%를 차지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점유율을 단순 합산 시 34%다. 35%인 넷플릭스와 비슷하다. 이는 넷플릭스 점유율이 지난해 3월 대비 12%p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 점유율 단순 합산은 두 OTT를 모두 사용하는 이를 포함한 수치라 실제 점유율은 34%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OTT 앱 사용자 동시 사용 앱 수는 평균 1.8개다. 총사용시간도 티빙과 웨이브 사용시간을 합산하면 넷플릭스 사용시간의 1.2배가 된다. 이 역시 중복 사용자를 제거하지 않은 단순 합산 수치다.
티빙·웨이브 서비스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큰 폭으로 오르는 이유는 티빙이 최근 한국프로야구(KBO) 뉴미디어 중계를 진행하며 활성 이용자 수가 증가해서다. 티빙은 KBO 중계 덕에 올해 4월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200만명 내외를 오갔다. 넷플릭스 4월 DAU는 230만~270만명쯤이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평균 DAU가 티빙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150만~180만명쯤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사용시간은 웨이브가 견인하고 있다. 국내 주요 OTT 중 유일하게 지상파 3사 콘텐츠와 지상파 생중계를 지원하는 웨이브는 올해 3월 기준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이 10.84시간이다.
평균 사용일수도 10.57일로 웨이브가 가장 많다. 티빙은 월평균 사용시간 8.54시간, 월평균 사용일수 9.38일로 2위다. 넷플릭스는 월평균 사용시간이 7.36시간, 월평균 사용일 수 8.7일이다.
법인 합병 변수는 기업결합신고
이렇게 넷플릭스에 대적할 수 있는 규모의 국내 OTT가 탄생하려면 티빙과 웨이브 서비스 합병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 전에 우선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법인 합병과 서비스 합병 두 단계로 구분해야 한다.
법인 합병은 회사 간의 일이지만 서비스 합병은 두 개의 플랫폼을 한 개로 합치는 일이라서다. 법인 합병은 CJ ENM과 SK스퀘어, 티빙과 웨이브의 주주 간 협상 등이 진행되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티빙과 웨이브 법인 합병이 완료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신고라는 중요한 관문을 넘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결합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모두 보유자산이 3000억원을 넘는 기업결합신고 대상이다.
기업결합신고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2022년 10월 티빙과 KT OTT 시즌 기업결합을 승인할 때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 가능성, 콘텐츠 제한 공급 가능성, 서비스 품질 저하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며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검토한 3가지 주요 항목을 보면 기업결합이 제한될 수 있는 가장 큰 우려는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 여부다. 티빙은 이미 올해 초 한 차례 구독료를 인상했다.
이후 티빙이 웨이브와 서비스를 합병하면 추가 수익을 위해 다시 한번 구독료를 인상할 수도 있다. 티빙과 웨이브 중복이용자만큼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의 구독료 수익이 줄 수 있어서다. 직원은 2배로 늘어났는데 수익이나 자산이 2배로 늘지 않으면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감축이 진행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CJ ENM이나 지상파 3사가 콘텐츠를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에 제한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수출창구 역할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티빙이나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면 티빙과 넷플릭스, 웨이브와 넷플릭스 등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이를 만약 티빙·웨이브 합병법인이 전부 독점 유통하면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수익이 큰 폭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곳에 콘텐츠를 팔다가 한 곳으로 줄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수출 창구도 잃게 된다.
복잡해서 오래 걸릴 서비스 합병
서비스 합병은 법인 합병과 문제가 다르다. 서비스 합병에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의 이용자와 이용자의 개별 이용권을 합병 서비스가 모두 승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시스템 통합도 필요하다.
플랫폼 내 콘텐츠도 개별 권리자와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티빙·웨이브가 따로 확보한 콘텐츠는 합병법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권리자에게 다시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긴 과정을 거쳐 서비스 합병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모두 시장 점유율 1위 OTT인 넷플릭스에 대적할 수 있는 국내 OTT가 탄생하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는 “서비스 합병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서비스를 합병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물리적으로 티빙과 웨이브 양쪽에 각각 제휴된 회사가 많아서 그런 관계와 콘텐츠를 정리해서 하나의 플랫폼이 나온다면 각종 비용 등 플랫폼 관리 효율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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