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한 ‘전기요금 결정체계 개편’ 연구 용역 결과가 19개월 만에 공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전기요금을 최종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실제 전기위 위상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부 전기위는 ‘전력시장 요금·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전문성 강화 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지난주 내놨다.
지난 2022년 10월 용역을 발주한 지 1년 7개월 만에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당초 지난해 6월 마무리될 계획이었으나 이후 두 차례 연장됐다.
2001년 출범한 전기위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 체계 심의 권한을 갖는 최종 결정 기구다. 한국전력공사가 요금 조정안을 산업부에 전달하면 전기위가 심의한다. 산업부는 물가안정법을 근거로 기획재정부와도 협의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책적·정치적 요소가 끼어든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용역 결과 보고서에는 △전기위 독립성·전문성 강화 △전력시장·전력계통에 대한 규제 및 감시 기능 강화 △전기요금 등 규제 거버넌스 개선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전기위가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과 같은 규제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기사업 허가 등 진입 규제 권한은 물론 전력시장 내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와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제재 권한까지 전기위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이 아닌 산업부 산하에 그대로 두고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전기위 위원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력시장 감시,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 등 업무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위원 자격 요건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기위 위원장이 비상임직이라 위원회 내에 최소 1인 이상의 상임위원을 두는 한편 사무국 조직을 확대, 전문위원회 조직 내실화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연구 용역 결과 발표가 곧 전기위 독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시장과 요금 체계 개편은 입법 사항이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부처 간 협의, 국회 설득 과정 등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는 정부가 전기위 독립 논의를 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전력산업과 규제 등 분야는 분석이 잘 됐으나 국민에 대한 소비자 후생·편익과 관련해서는 분석이 미흡한 것 같아 좀 더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위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괄원가 보상 원칙만 지켰어도 한전이 감당할 수 없는 적자에 시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력 생태계 회복을 위해 전기위가 독립적인 규제 기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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