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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며 재량지출 증가를 억제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 초중반 수준서 관리키로 했다. 추가적인 나랏빚 증가 없이 새로운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은 재량지출 구조조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중기 계획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면한 민생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충실히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기조 유지를 위해 나랏빚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되, 재정 당국의 역할은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은 늘어나는 나랏빚에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D1·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의 부채) 비율은 50.4%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p) 높아졌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 건 역대 최초다.
국가채무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의 정부 채무인 일반정부 부채(D2)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5.2%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13년 37.7%에서 10년간 17.5%p 높아졌다. IMF는 이 비율이 2029년 59.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싱가포르(165.6%), 이스라엘(68.5%)에 이어 비기축통화국(선진국으로 분류한 37개국 가운데 달러 등 8대 준비 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30년께 70%에 이어 2045년께 100%에 이르고 2050년께 1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3월까지 국세 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2.5%) 덜 걷혔다. 작년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의 영향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량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정부 총지출에서 의무지출과 국방비 등 의무·경직성 지출은 8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중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다.
결국 재량지출 증가를 억제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량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2년 연속으로 20조원대 규모로 진행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량지출을 늘릴 여력이 없다”며 “각 부처에서 신규 예산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절감한 재원으로 저출생 등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릴 방침이다. 저출생 대응, 연구개발(R&D), 청년 등의 분야가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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