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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회암사 3여래(가섭불·석가모니·정광불) 2조사(지공선사(?-1363)·나옹선사(1320-1376)) 사리가 약 100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제강점기 유출돼 먼 타국 땅인 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있던 이 사리는 19일 원래 자리인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로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감)했다. 불교계는 3여래 2조사의 사리의 귀환을 뜻깊게 봤다. 이 사리는 인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법맥(法脈)의 상징이다. 조선시대 억불숭유(抑佛崇儒·불교를 억압하고 유학을 숭상)를 거쳐 일제강점기란 인고의 시절을 거쳐서 다시 제자리를 찾다는 것은 불교 중흥의 신호탄인 셈이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는 이날 오전 9시 양주 회암사지에서 ‘회암사 사리 이운 문화 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를 봉행했다.
행사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종회의장 주경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 원로의원 일면스님,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 등 조계종 승려들을 비롯해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 등 타 종단 스님들도 참석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강수현 양주시장, 주호영 국회 정각회장, 정성호·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철 양주시의회의장,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등 외빈과 봉은사·조계사 신도 등 4000여 명이 동참했다. 회암사지 특설 무대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반야심경 등을 독송하며 이 자리를 기념했다.
진우스님은 법어를 통해 “불조사리를 오늘 비로소 사부대중과 함께 장엄하고 거룩하게 봉안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환희롭고 환희롭다”며 “국가가 부흥하고 국민이 평안하며 불교가 중흥되는 역사적인 새 천 년이 시작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회암사지 위에 전각을 복원하고 선명상센터를 건립해 세계인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이 시대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보스턴미술관에 간 김건희 여사의 제안을 계기로 중단됐던 사리 반환 논의가 개재된 것에 관해 “영부인께서 사리 이운 봉안에 공덕주가 되셨으니 후속적인 역사에도 힘을 보태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28일 총무원장이 된 후 매일 108배를 이어온 진우스님은 이날 취임 600일째 108배를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 및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선수 및 청년들과 함께 올린 뒤 법회에 참석했다.
조계종은 사리가 원래 회암사 지공선사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가 고려시대 공예품인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담겨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스턴미술관은 사리구를 1939년 보스턴의 야마나카상회(Yamanaka and Company)라는 딜러로부터 사들여 보관해 왔다. 국내서는 2004년 10월 보스턴미술관의 ‘금은제 라마탑형 사리구’ 소장 사실을 확인된 이후 본격적으로 사리 및 사리구에 대한 반환 논의가 시작됐다. 2009년 1월 보스턴미술관과 1차 협상을, 2009년 2월 2차 협상에 이어 2011년 3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후 2013년 4차 협상에서 최종 결렬된 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윤 대통령 내외의 방미를 계기로 반환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지난 2월 종단과 국가유산청장(당시 문화재청)의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 보스턴미술관 측과 논의를 진행해 사리를 종단에 기증하고,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는 내용의 협상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보스턴미술관에서 보관 중인 사리는 4월 18일 한국 땅을 밟았다. 다음날 총무원에서 부처님 전에 신고하는 고불식을 거쳤고 이날 회암사로 돌아오면서 약 100년이 걸린 귀향은 마무리됐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참배객들을 위해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특별 친견실에서 21일부터 3주 동안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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