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플랫 화이트
평소에 카페에 가면 어떤 메뉴를 주문하시나요? 저는 대부분의 경우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고민 없이 “아메리카노”를 외치곤 하죠. 그 다음으로는 달지 않은 카페 라떼를 선호합니다. 유당 불내증이 있어 ‘락토프리’ 우유 옵션이 있는 곳에서만 마실 수 있긴 하지만요.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를 마십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전체 음료 판매량의 70~80%가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라고 합니다. 커피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아메리카노·라떼의 독과점은 여전합니다. 집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의 대명사 ‘맥심 모카골드’는 ‘한국화된 저가 카페 라떼’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스타벅스에서 카페 라떼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플랫 화이트’입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플랫 화이트는 글로벌 스타벅스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음료라고 합니다. 원래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에서 시작한, 변형된 카페 라떼인데요. 카페 라떼와 다른 점이라면 카페 라떼에는 톨 사이즈 기준 ‘에스프레소 원샷’을 사용하지만 플랫 화이트는 ‘리스트레토 투샷’을 쓴다는 겁니다.
리스트레토 샷은 또 뭐냐구요. 에스프레소보다 추출 시간을 기존보다 25% 짧게 잡아 더 진한 맛을 내는 커피입니다. 커피는 샷을 내릴 때 신맛, 단맛이 먼저 추출되고 쓴맛이 가장 마지막으로 추출되는데요. 쓴 맛이 나오기 전에 추출하는 만큼 리스트레토 샷은 쓴맛이 적고 은은한 단맛이 강합니다.
여기에 샷도 두 개나 들어가니 일반 카페 라떼보다 커피 맛이 훨씬 더 진하겠죠? 찐~한 맛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정서에도 잘 맞는 커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타벅스의 플랫 화이트는 출시 5일 만에 25만잔이 넘게 팔리며 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폴바셋, 커피빈 등 다른 카페에서도 플랫 화이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카페 라떼는 그냥 ‘커피+우유’라는 심플한 이름인데, 플랫 화이트는 얼핏 들으면 커피가 아니라 우유같은 이름이죠? 막상 주문하면 카페 라떼보다 훨씬 진한 색의 음료가 나옵니다. 그 이유는 ‘원조’ 플랫 화이트의 모양 때문입니다. 원래 플랫화이트는 진하게 내린 리스트레토 투샷을 넣고 그 위에 데운 우유를 붓는데요. 카페 라떼처럼 우유거품을 커피 위에 얹는 게 아니라 커피 속으로 들어가게 붓습니다.
다 붓고 나면 커피 층 가운데 우유를 부은 하얀 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플랫 화이트’입니다. 스타벅스도 이번에 플랫 화이트를 출시하면서 “부드럽고 풍부한 밀크폼을 화이트 닷(흰색 점 모양의 라떼 아트)으로 마무리한다”고 소개했습니다. 물론 요즘엔 다양한 라떼아트가 인기인 만큼 이름처럼 ‘점이 콕’ 찍힌 플랫 화이트를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라떼는 말야
이밖에도 커피와 우유를 조합한 메뉴들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카페 라떼 다음으로 널리 알려진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를 붓는다는 점에서 카페 라떼와 같지만 우유의 양을 줄이고 우유 거품을 두껍게 올리는 것이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입에 닿는 촉감은 더 부드럽고 음료에서는 커피의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지겠죠. 두껍게 올린 우유거품이 수도승들이 입은 후디인 ‘카푸치오(Cappuccio)’와 비슷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여기에서 에스프레소가 더 많이 들어가면 스페인식 카페 라떼인 ‘코르타도(Cortado)’가 됩니다. 코르타도는 스페인어로 ‘희석했다’는 의미인데요. 에스프레소를 우유로 희석했다는 말이니, 우유에 커피를 넣었다는 메뉴보다 ‘진함’이 느껴지시죠? 국내에서는 스타벅스가 리저브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구요. 블루보틀에서는 ‘지브롤터’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캬라멜 마끼아또’ 때문에 익숙해진 마키아토 역시 원래는 카페 라떼 류의 커피입니다. 마키아토는 ‘라떼 마키아토’와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로 나뉘는데요. 라떼 마키아토는 플랫 화이트와 반대로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커피색 점이 남게 하는 메뉴입니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는 에스프레소 샷 위에 우유를 거품만 얹는 메뉴를 말합니다.
빙그레의 커피맛 아이스크림 이름으로 더 인지도가 높을 것 같은 ‘카페오레’는 어떤 커피일까요. ‘카페 오 레(Café au lait)’는 사실 프랑스어로 그냥 ‘커피+우유’라는 뜻입니다. 카페 라떼와 같은 단어죠. 하지만 정통 프랑스식 카페 오 레는 카페 라떼와 차이점이 있는데요. 에스프레소 대신 드립커피를 넣는다는 겁니다. 카페 라떼보다 연한 맛이겠죠?
마지막으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우유 커피 하나만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바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 쓰어다’입니다. 베트남식 드리퍼인 ‘핀’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면서 아래쪽 컵에 연유를 깔아 두는 방식인데요. 핀을 사용한 추출은 굉장히 진하고 거친 맛입니다. 이 때문에 우유보다 달고 진한 연유를 섞어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집에 핀이 없다면 에스프레소나 모카포트, 프렌치 프레스 등으로 내린 커피를 사용해도 비슷한 맛이 납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커피와 우유의 조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이 볼 때는 ‘어쨌든 커피에 우유 넣은 건데 왜 이름이 다르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만, 외국 사람이 “깍두기나 총각김치나, 똑같은 무 김치 아냐?”라고 말하면 발끈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 미묘한 차이는 그 문화를 온전히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겠죠. 저도 오늘은 카페 라떼 대신 플랫 화이트를 주문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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