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백지현 기자]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좀비기업’ 퇴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의 원칙으로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한계기업 관리를 통한 옥석거리기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밸류업 참여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중이며, 상법 개정과 관련해 다음달 안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퇴출해야할 기업 퇴출…중복상장도 제한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호텔 다운타운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뉴욕 IR’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중장기적인 계획이 무엇이냐’는 해외투자자들의 질문에 “한계기업 관리 내지는 시장 퇴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시 강조한) 자율성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좁은 의미의 밸류업과 달리 한계기업 내지 문제기업에 대한 적절한 관리 문제는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며 “전체 시장에서는 나갈 기업들은 내보내고 평균적인 가치를 높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시장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복 상장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 외 자금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상장 주식 중 퇴출되어야 하지만 퇴출 안되고 있는 좀비기업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관리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복상장을 통해 수익은 동일한데 발행 주식수가 증가하면 결국은 밸류(기업가치)를 다운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필요하면 원칙에 따라 과감히 퇴출하고 쪼개기 상장도 정책당국과 논의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밸류업 적극 참여시 법인세 감면도 정부서 검토
시장이 기대하는 세제 등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복현 원장은 “세금 등 이슈에 관해서도 지난주에도 장관급 모임에서 논의했다”며 “배당소득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라든가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정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업승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상속세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하려면 상속세 전체 개혁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가업승계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않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다양하게 검토…5~6월 공청회”
밸류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상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는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고치기 위한 목적이다.
이복현 원장은 “쪼개기 상장 등 과거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진지하게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라든지 법 개정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제출된 입법안이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어 22대 국회가 출범하기 전 가능한 지배구조 개선정책 방향을 잡는 게 목표”라며 “5, 6월 중 공청회 등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이 원장은 또 주주행동주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측면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 행동주의펀드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산운용사의 시도를 한국시장에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봤다”면서 “(먼저 밸류업을 시행한) 일본 사례에 비추어 액티비스트 활동이 긍정적인 점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시장에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F 하반기내 재구조화 목표”
해외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사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복현 원장은 이와 관련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거나 대형 금융회사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구조화 프로그램 가동하기로 했고 하반기 내 재구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으로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이 없느냐는 질문에 “관련 리스크는 어느정도 드러나 있고 원샷(일회성) 리스크이기 때문에 아마 1분기에 어느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대상으로 크게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융주 배당정책에 대해서도 감독당국의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단순히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 이외에 분기배당,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에 대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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