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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에세이] 의료계 소송전, 무엇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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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배정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각하·기각 결정에도 의대 증원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소송대리인은 재항고를 예고했다. 또 법원에 기존 항고·재항고 건을 내년도 신입생 모집요강 공고일 전에 심리·확정할 것을 압박했다.

관가에선 의료계의 소송전이 ‘무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애초에 의료계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은 ‘행정소송법’ 제19조와 제23조에 근거한다. 행정청의 법 집행으로서 공권력 행사·거부나 행정작용(처분)으로 실체적·법률상 이익을 침해된 이해당사자는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의 판단 전 처분의 집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처분의 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4조에 따른 항고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는 취소소송, 행정청의 처분 등의 효력 유무·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무효등확인소송, 행정청의 부작위(법률상 의무를 지닌 당사자 신청을 미처분) 위법을 확인하는 부작위위법확인소송 등 3가지다. 의료계가 제기한 취소소송이 인용되려면 처분의 위법성이 입증돼야 한다. 처분의 위법성뿐 아니라 부당성도 판단하는 ‘행정심판법(제5조)’과 비교해 소송의 범위가 좁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정하게 돼 있다. 교육부 또는 복지부가 독단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면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문제는 없다. 단, 의대 증원은 ‘주요 보건의료정책’으로서 ‘보건의료기본법’ 제20조에 따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보정심) 심의 대상이다. 보정심은 2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의대 증원은 참석한 23명의 위원 중 19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의료계는 보정심 내 의료계 비중이 과소한 점을 내세워 위원회의 편향성을 주장하지만, 애초에 법이 그렇게 돼 있다. 관계부처 공무원과 노동·소비자·환자단체 피추천인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의사가 과반일 수 없다.

이처럼 의대 증원의 법령상 하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선 취소·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특히 ‘행정소송법’ 제23조 제3항은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의사인력 부족에 따른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 대응이라는 공공복리를 목적으로 2020년부터 논의가 이뤄졌다.

의료계의 무리한 소송전이 문제인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위법을 주장하면서 본인들이 법을 안 지키고 있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의료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하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의 의료현장 이탈을 교사(‘형법’ 제31조)하거나 방조(‘형법’ 제32조)했다. 이 밖에 ‘헌법’ 제78조(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를 부정하며 대통령에게 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들은 법을 위반하면서, 정부의 위법을 주장하며 소송을 걸고,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판결까지 부정하는 태도는 본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법만 따르겠단 것이다.

의대 증원이 실제로 부당하다고 해도 의료계의 편을 들긴 어렵다. 의료계,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에는 4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의대 증원의 근거를 만들었고, 의협은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논의를 거부했다. 의료계가 계속 반대하고 집단행동에 나서면 정부는 또 증원을 포기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껏 의사들을 법 위에 군림하게 한 건 의료계에 굴복해 의대 증원을 미루고, 불법 집단행동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면죄부를 줘온 정부다. 의대 증원은 계획대로 하되, 불법 집단행동 참여자들에 대해선 엄격히 법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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