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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내 경기 침체로 인해 남아도는 철강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자 정부가 국내 기간산업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다. 2021년부터 부과하고 있는 스테인리스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와 기재부는 이날 중국·인도네시아·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에 대한 덤핑 방지 관세 부과 종료 시점을 연장하기 위한 재심사를 17일부로 개시했다. 중국의 물량공세 탓에 철강 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져 국내 제철소들의 가격경쟁력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철강 업계에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2020년 당시 5370만 톤이던 중국의 연간 철강 수출량은 지난해 9030만 톤으로 3년 만에 6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은 이미 2580만 톤의 철강을 수출해 연간 기준으로 1억 톤을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주요국들은 중국 철강 제품을 겨냥한 관세 장벽 쌓기에 나섰다. 미국은 최근 ‘슈퍼301조’를 활용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3배 넘게 인상하기로 했다. 칠레 역시 중국산 철강에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주석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관세법 51조에 따라 정상 가격 이하로 상품이 수입돼 국내 산업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받거나 발전이 지연될 우려가 있을 경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9월부터 이들 제품에 최대 25.82%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 조치의 시한이 올해 9월이지만 여전히 중국산 철강을 중심으로 저가 공세가 심각해 종료 시점 연장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는 3월 정부에 반덤핑 관세 종료 연장을 신청한 바 있다.
재심사가 시작되면 산업부에서 국외 실사 검증과 덤핑 재발 가능성 조사 등의 절차를 걸쳐 덤핑률을 산정하고 무역위가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재심사 기간은 6개월이고 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어서 이르면 올해 11월, 늦어도 내년 3월께는 관세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덤핑 관세 시한이 종료되는 9월부터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 사이에는 기존 반덤핑 관세가 계속 부과된다.
다만 후공정 철강사들은 반덤핑 관세 연장이 포스코와 같은 일관제철소 업체들의 독과점력만 높일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반덤핑 관세 도입 당시 포스코 고객사 중 19곳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원가가 올라가는 것이므로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재심사 과정에서 공청회나 업계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청취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7개 철강 기업과 함께 ‘철강 수출입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정부는 철강 산업에 영향을 미칠 통상 이슈에 대해서는 주요국과 대화를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외국 철강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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