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상용화 계획 연기
현대차, 추가 투자 계속
모셔널, 자율주행 기술 5위 유지
자율주행 상용화 뒤로 미룬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이 직원 감축과 상용화 계획 연기를 발표했다. 이는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투자가 계속됐음에도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도래가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9일, 미국 자동차 매체들에 따르면, 모셔널의 CEO 칼 이아그넴마는 “자율주행 제품의 상용화 계획을 연기하고 일부 직원을 해고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연기 계획과 해고 인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모셔널은 2020년 3월,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20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로 모셔널은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에서 5위에 올라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의 모빌아이, 웨이모, 바이두, 크루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 보더라도 조 단위 투자
불안해도 멈출 수 없는 이유
하지만 목표에 다가갈 수록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셔널은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수의 실주행 데이터와 각종 시뮬레이션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어도 다양한 변수에 정확히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큰 폭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 1조 30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룹사 경영진들과 투자자들 입장에선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명분이 있으나, 불분명한 미래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중 가장 유망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비즈니스 리서치의 전망에 따르면, 2022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452억 9000만 달러(약 62조 원)였다. 이후 연 평균 2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2년에는 3738억 6200만 달러(약 512조원)로 내다봤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각종 센서, 소프트웨어 등 솔루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가 모두 포함된다. 특히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대중교통, 물류업계, 일반 차량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여지가 있어 2032년 이후에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제조사들도 힘든 건 매한가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추세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준다. GM은 로보택시 자회사 크루즈의 지출을 크게 줄였으며, 아르고AI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폐업했다. 구글의 웨이모도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인력을 감축했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사람의 개입 없이 운전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CES 2024에서도 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고, 제한적인 자동화 기술에 초점이 맞춰졌다.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들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이들도 특정 상황에서만 사용 가능한 제한이 따른다.
기아의 EV9의 경우에도 출시 직전까지 HDA2의 상위 버전인 HDP 출시를 예고했다. 무려 750만 원에 달하는 옵션으로 주목 받았는데, 결국 주행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완벽히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 출시를 미루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의 고도화는 이어지고 있다. AI의 특이점이 가까워지면서 이를 활용한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언제쯤 일상속에서 자율주행을 당연하게 여길 날이 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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