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한 데 이어 ‘제4 인터넷은행’ 출범 선언도 잇따르면서 은행권의 판도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이들이 기존 은행권보다 체급이 낮아 자금수혈, 건전성 관리 등이 과제로 남아있지만, 차별화 서비스들로 시장의 경쟁을 불러올 것이란 시각에는 금융권 내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대구은행, 인터넷 역량 장점 살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시중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상업은행이다. 현재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외국계 은행 2곳(SC제일·한국씨티) 등 총 6곳이 있으며, 대구은행이 7번째다. 대구은행은 내부 정관 변경, 주주총회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아이엠뱅크’라는 간판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년간 수도권, 충청, 강원 지역 등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할 예정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구은행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여론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은행 총자산은 약 78조원이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을 보면 △KB국민은행 530조원 △신한은행 626조원 △하나은행 597조원 △우리은행 458조원 △NH농협은행 400조원 등으로 최대 7배가량 차이 난다.
그러나 비대면 추세 속 인터넷 역량의 장점을 살린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대구은행이 새로 제시한 비전이 바로 ‘뉴 하이브리드 뱅크’다. 높은 디지털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 등을 담은 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자사앱인 ‘아이엠(iM)뱅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며, 해당 IT 시스템을 전면 고도화할 예정이다.
◆’제4인뱅’ 4파전…소상공인·중소기업 공략
시중은행권의 뉴 플레이어 탄생에 이어 제4인뱅의 출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더존뱅크, U뱅크, KCD뱅크, 소소뱅크 4곳의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며, 이르면 다음달 금융당국이 새 인가 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4곳은 모두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공략하는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중저신용자가 주력인 기존 인뱅 3사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여기에 혁신성을 더할 경우 업계 경쟁이 커질 것이란 시각이다.
더존뱅크는 그간 쌓아온 기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여신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KCD뱅크는 140만 소상공인 사업장에 도입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기반으로 소상공인 전문 은행을 노리고 있다. 유뱅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렌딧을 주축으로 루닛, 자비스앤빌런즈,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등이 참여한다.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소기업 관련 연합과 11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일각에선 제4·5의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국의 ‘경쟁 확대’ 기조 속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고객 확보를 위한 금리 혜택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인뱅으로의 머니무브가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희곤 국민의미래 의원실은 최근 대환대출 실적 현황을 발표했는데 주택담보대출 2975건, 5722억원이 인뱅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환승 수치는 1822건, 3212억원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추후 대환대출 인프라를 아파트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잔금 대출 등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인뱅 머니무브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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