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은 17일 대중에 공개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통해 대통령 재임 중 그가 추진했던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소회를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로부터 시작됐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 중 북한을 상대해본 사람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프로세스 방안을 강구해 알려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돌아봤다.
회고록에서는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눈 ‘도보다리 대화’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나는 북미회담을 잘하라고 얘기했고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설득하고 자기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지 물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에 따르면 도보다리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한 대화도 이뤄졌다. 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별장, 하와이, 스위스 제네바 등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전용기로 갈 수 있는 범위가 좁아 어렵다는 고충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가장 선호했던 곳은 판문점, 다음이 몽골의 울란바토르였다는 게 문 전 대통령의 기억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뒤늦게 열린 배경도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실무교섭을 하면서 ‘핵 리스트’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 정상회담이 늦어졌다고 했다”며 “김 위원장은 ‘신뢰하는 사이도 아닌데 폭격 목표부터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냐’고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하노이 ‘노딜’ 후 (김 위원장에게) 번개 회담을 제안해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우리가 상황을 제대로 파학하지 못해 실기한 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양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후 김 위원장 답방이 성사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회고록에는 “답방을 논의할 때 김 위원장은 한라산에 가보고 싶다는 뜻이 강했고 KTX를 타보고 싶다고도 했다”며 “뜻밖이었던 것은 언젠가 연평도를 방문해 연평도 포격으로 고통을 겪은 주민을 위로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이야기였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을 ‘끔찍한 일’이라고 표현하면서 “언젠가 다른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게 되면 반드시 사과받아야 할 일”이라며 “북한이 깡패국가 같은 면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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