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보다 늦게 도입한다. 생산 수율과 경제성 등이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후면 전력공급 기술 적용에는 TSMC가 앞서나갈 것으로 전망돼 파운드리 시장 경쟁 판도에 변수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TSMC와 삼성전자, 인텔 사이 첨단 파운드리 기술 경쟁이 앞으로 몇 년 동안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최근 유럽 기술 심포지엄을 열고 반도체 개발 현황과 사업 전략을 설명하며 2026년 양산을 앞둔 1.6나노(A16) 공정에 후면 전력공급 기술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다.
후면 전력공급은 반도체 회로와 전력 공급선을 서로 다른 표면에 배치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하며 미세공정 분야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TSMC는 1.6나노 공정에 하이NA EUV를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하이NA EUV는 ASML이 올해 초부터 인텔 등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한 신형 반도체 장비다.
하이NA 장비는 기존의 EUV보다 2나노 미만 미세공정 구현에 더욱 적합하게 개발된 제품이다.
경제일보는 “삼성전자와 인텔은 TSMC와 달리 유사한 공정에 하이NA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며 “TSMC와 기술 경쟁이 이들에 압박을 더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TSMC의 1.6나노 공정보다 늦게 양산을 시작하는 1.4나노 반도체부터 후면 전력공급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이처럼 신기술 상용화에 앞서 나갈 것으로 전망되자 경쟁사들이 하이NA 장비 도입을 서두르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일보는 TSMC가 1.6나노 공정을 상용화한 뒤 파운드리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TSMC가 ASML의 신형 장비 도입을 늦추기로 한 결정이 약점으로 남으며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에 기술 역전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TSMC는 처음 7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할 때도 초기에는 ASML의 EUV 장비를 활용하지 않아 이를 먼저 적용한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에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일이 ASML의 하이NA EUV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선제적으로 활용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고 수율 및 생산성 개선에 빠르게 성과를 낸다면 이를 뒤늦게 도입하는 TSMC보다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인텔은 하이NA 장비를 미국 연구개발센터에 처음 들인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성과를 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말 한국에 ASML과 공동 연구소 설립 계획을 확정지었다. 하이NA를 비롯한 차세대 EUV 기술 개발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일보는 “TSMC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두고 중장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이 차세대 미세공정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TSMC와 같은 선두 기업이 신기술을 서둘러 도입하며 시행착오를 겪는다면 고객사 신뢰 약화와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결국 앞으로 수 년 동안 파운드리 시장 경쟁 판도는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이 후면 전력공급 및 하이NA EUV와 같은 신기술 도입에 얼마나 성과를 보는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이어진 미세공정 기술 경쟁이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지에 달렸다면 앞으로는 새 기술을 효과적으로 상용화하는 일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AMD, 주요 빅테크 등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은 가장 앞선 파운드리 공정을 적극 도입하려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기술력이 고객사 수주 확보에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
경제일보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이처럼 경쟁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TSMC가 그동안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에도 충분한 추격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후면 전력공급 기술 상용화 시기를 2025년 도입하는 2나노 공정부터 잡아 TSMC보다 더욱 앞당기며 더 적극적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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