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자사브랜드(PB)상품 부당 우대 의혹에 대한 제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PB상품을 원하고 있어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불이익을 막는 것이 본업인 공정위가 오히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재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최근 1개월 이내 온라인 쇼핑 구매를 한 전국 20~59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구매행태와 PB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소비자 10명 중 8명이 특정 쇼핑몰이 가장 상위에 추천하는 상품일지라도 바로 구매하지 않는다.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정렬된 상품이 상위 순위에 있으면 별다른 고려 없이 구매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9.7%는 ‘상위 순위에 의존하지 않고, 비교하고 구매한다’고 대답했다. 이 비중은 20대(75.6%)보다 40대(77.7%), 50대(86.6%)가 더 높았다. 통상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상위에 전진 배치된 상품일수록 소비자 구매도가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PB상품을 상단 배치되도록 부당 우대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지만, 정작 상단배치 여부가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고, 한 쇼핑 사이트에서도 3페이지 이상 넘어 상품을 면밀히 비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4.9%가 ‘상품을 살 때 3페이지 이상 넘어가서 살펴본다’고 대답했고, ‘5페이지까지 본다'(24.1%), ‘5페이지를 넘어 본다'(28.7%) 등 시간을 더 들이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또 소비자들의 78.9%는 ‘다른 채널의 가격이나 품질, 후기를 찾아보고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정렬과 배치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통상 온라인 쇼핑몰은 가성비 좋은 상품, 신상품 등을 중심으로 상위에 배치하고 있다. 응답자의 66.9%는 ‘온라인 쇼핑몰이 자체 기준으로 상품을 정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이익이다’를 선택했고, 33.1%만 소비자에게 불이익이라고 답했다.
고물가를 맞아 가장 중요한 쇼핑 요인으로 떠오른 ‘가성비’는 온라인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58.5%)으로, 상품평(19.7%), 신속한 배송(9%)보다 높았다. 가성비는 20대(56.1%), 30대(55.4%)보다 구매력이 높은 40대(59.2%), 50대(61.8%)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뽑혔다. 유통업계에서는 고물가 부담에 놓인 소비자들이 최적의 가성비 상품을 찾는 현상이 더 가속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몰 이용을 좌우하는 기준으로 PB상품이 중요하게 꼽혔다. 응답자의 92.7%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택할 때 해당 쇼핑몰이 파는 PB상품의 품질과 종류, 가격을 고려한다’고 대답했다. PB상품 구매 요인도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응답자가 75.7%였고, 편안한 배송·환불(16.2%), 쇼핑몰 상위 랭킹 진열(6.5%)을 뽑은 경우는 적었다.
소비자의 74.4%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PB상품을 자체적으로 정렬해 배치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며, PB상품과 일반 제조사 브랜드를 혼합해 상위 랭킹에 정렬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선택했다.
리서치앤리서치는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검색 상단에 뜨는 제품을 바로 구매하는 비중이 극히 낮고, 기본적으로 다양한 정보와 상품 검색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고 있었다”라며 “가성비 등을 기준 삼아 온라인 쇼핑몰이 PB상품 등을 전진 배치하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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