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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제의 기출문제] 당 대표 눈치보는 국회의장, 왜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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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후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당선되며 5선 고지에 오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권에선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추미애(6선) 당선자를 제치고 올라가 놀랍다는 평이 많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내는 것이 관례다. 각 당이 의장 및 부의장 후보를 추천하면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우 의원이 차기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우 의원은 종로경찰서 폭탄투척사건에 연루된 독립유공자 김한 선생의 외손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해 첫 당선됐고, 2008년 총선에서 낙선, 이후 19·20·21·22대 총선에서 내리 승리하며 5선 고지를 달성했다.

우 의원은 ‘성과’로도 유명하다.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갑질 사태’ 등 대기업의 연이은 갑질 사건이 발생하자 ‘을지로위원회’를 결성했다. 갑의 횡포를 막고 을의 눈물을 닦자는 취지의 위원회다. 을지로는, 서울 중구의 을지로가 아닌 ‘을(乙)을 위한 길(路)과 법(law), 노력(勞)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만 일각에선 우 의원에 대한 걱정도 있다. 우 의원이 ‘중립 의장’이 아닌 ‘편파 의장’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재명 리더십, 국민이 동의”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은 중립을 지킬 모양새가 아니다. 이번에 후보로 발탁된 우 의원부터 모든 후보들이 이재명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눈치 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 의원은 16일 국회의장 후보 당선 인사로 “이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과 방향 등에 우리 국민께서 동의했고 당선인들 함께 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총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민주당에 국민 민심이 실려있다.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법안이 국민의 뜻과 함께 반드시 국회에서 실현되게 할 것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의장으로서 국민에 도움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국민에게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22대 국회 전반기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이 대표가 저한테만 얘기한 게 하나 있다”며 “‘국회는 단호하게 싸워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정감 있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형님이 딱 적격이다,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눈치 보기는 우 의원의 경쟁 상대였던 추 당선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1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선 “국회 다수당(민주당)이 제안하는 법이 효능감 있게 통과돼 국민 피부에 닿는 정책으로 펼쳐질 수 있게 한다면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 의원이나 추 당선자 모두 국회의장 직에 도전하면서 당 대표인 이 대표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회의 ‘쥐락펴락’…막강한 의장 권한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 본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가원수인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국가의전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뽑히는 위치인 만큼 가진 권한도 막강하다. 대표적 권한이 ‘의사정리권(의사지휘권)’이다. 

의사정리권은 △안건 직권상정 △본회의 개의 결정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안건 지정 △예산결산안 심사기간 지정 등으로 나뉜다.

국회는 다양한 정당이 의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안건에 대해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어떤 안건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쟁점이 뚜렷한 안건은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처음 발의된 상임위는 통과해도 중간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될 수도 있는데, 이 때 발동할 수 있는 것이 안건을 본회의에 바로 올려버리는 ‘직권상정 권한’이다. 

본회의 개의 결정 권한을 통한 영향력 행사도 가능하다. 본회의는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후 각 상임위에서 검토되고 다듬어진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최종 관문이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법안이 국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류된다. 

즉, 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본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법안 처리를 막는 등 국회를 ‘올스톱’ 시킬 수가 있다. 또 직권상정을 통해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다음 개의하는 방법으로 법안을 ‘일방통과’ 시키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 다른 권한으로는 ‘질서유지권’이 있다. 국회법 145조는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 의장 또는 위원장이 이를 경고 또는 제지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퇴장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의장이 된 추 당선자의 판단에 따라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출입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국회법, 의장의 ‘중립성’ 강조…당적 보유 금지
대한민국 국회 전경사진국회
대한민국 국회 전경[사진=국회]

우리 국회법은 그간 국회의장이 편파보다 합의에 중점을 두도록 만들어져 왔다. 1988년, 민주화 직후 개정된 국회법은 국회 운영 주요 사안들을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과 국회의장이 협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또 막강한 권한을 지는 국회의장이 특정 정당을 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적(黨籍) 보유 금지를 법률로도 막아놨다. 국회법 제20조는 “국회의장은 중립성 보장을 위해 당적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중립성을 지키라는 것이다.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는 1960년 5대 국회 시절 처음 도입됐으나 6대 국회에서부터 다시 당적 보유가 허용됐다. 이후 2002년 3월 이만섭 당시 의장(새천년민주당)의 주도로 국회법이 개정되며 다시 금지됐다. 이 의장은 법 개정과 동시에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를 법으로 명문화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미국 하원 의장은 당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우리 국회와 달리 다수당의 원내대표가 의장이 된다는 차별점이 있다. 일본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양국은 의장이 당적을 가지지는 않지만 법률에 의한 것이 아닌 관습이나 관행에 의한 것이다.
 

“김진표 의장, 괜한 말 한 것 아니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 초청 인구문제 해법 강연을 위해 이동 중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지구촌보건복지포럼 초청 인구문제 해법 강연을 위해 이동 중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스로가 부끄러워 질 것”

김진표 현 국회의장이 ‘의장은 중립을 지킬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의장 후보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지난 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인터뷰에서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도 일침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초강성인 추미애 당선자보다 우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간 것은 천만다행”이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막무가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총선에서 심판 받았듯이, 우 의원이 의장 권한을 마구잡이로 행사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김진표 의장이 괜한 말을 한 게 아니다”며 “의장 직을 가졌다고, 그리고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마음대로 권한을 휘두르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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