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싱가포르인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도록 도울 결심이 돼 있습니다.”
20년 만에 싱가포르의 새로운 총리로 부임한 로런스 웡(51)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새로운 싱가포르 드림’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 전 총리부터 그의 아들 리셴룽 총리까지 3대에 걸친 60년 통치를 뒤로하고 총리로 취임한 그는 복잡다단해진 글로벌 환경 속에서 싱가포르 역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제4대 총리에 취임한 웡 총리는 취임사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이끌 것”이라며 전임자들과는 차별화된 정부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가 제창한 ‘새로운 싱가포르 드림’은 경제적 성공뿐만 아니라 직업과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갖추어진 삶을 뜻한다.
싱가포르는 전임자인 리셴룽 총리하에서 세계적인 금융·관광 중심지로 발돋움하며 주요 부자 국가 중 한 곳으로 올라섰으나 그와 함께 생활비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또한 여론 탄압 등 정부의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 행보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현재까지 집권당 자리를 유지해 온 인민행동당(PAP)은 2020년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이렇듯 싱가포르는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러 분야에서 경제적 불균형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싱가포르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미·중 경쟁 최전선에 놓여 있어 세계 정세에 급격히 휘말릴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 600만명의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를 이끌 총리직에 오른 로런스 웡은 대내외 측면에서 임무가 막중하다. 그는 우선 내부적으로는 사회 통합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경청하는 리더’로 설명한 웡 총리는 자신이 속한 PAP당이 미래 집권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으며, 내년 11월 있을 다음 총선에서는 야당과 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8일 이코노미스트지와 인터뷰하면서 싱가포르를 친미도 친중도 아닌 ‘친싱가포르’라고 밝힌 웡 총리는 대외적으로는 미·중 경쟁 환경 속에서 실리적 태도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싱가포르 주요 산업이 무역인 것을 감안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강대국들과 협력적 관계를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1972년생으로 올해 51세인 웡 총리는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태어난 첫 총리다. 1997년 무역통상부 관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미국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5년 싱가포르로 돌아와 리셴룽 총리 수석 비서관을 맡았다. 2011년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국가발전부 장관을 거쳐 2021년부터는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고,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세일즈 직종에 종사한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웡 총리는 자신을 ‘엘리트 가문’ 배경을 가진 이전 총리들과 달리 서민 출신인 ‘보통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곤 한다. 어린 시절 공공 주택에서 자란 후 정부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그는 본인 배경에 대해 “싱가포르 국민들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웡 총리와 참모진은 1965년 싱가포르 독립 이후 태어난 4G(세대)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자기 세대가 건국 세대의 안정적 리더십 아래 펼쳐진 정책의 혜택을 받아왔다면서도 이번 정부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며 자신을 차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젊은 세대임을 자처한 웡 총리는 ‘새로운 싱가포르 드림’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30·40대 청년층의 정치 참여 독려를 꼽았다. 그는 취임식 연설에서 “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30·40대 젊은 싱가포르 국민들을 찾아 우리 팀에 합류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오늘 밤 시민 여러분에게 호소한다. 나를 도와 싱가포르인들에게 합당한 정부를 만들어 달라. 나와 함께 변화를 만들고 우리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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