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령구는 14면체로 생긴 특이한 주사위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술자리에서 술을 먹이거나
벌칙을 명령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주령구이다.
하지만 이 사진은 복원품이다.
진품은 불행하게도 불타 사라지고 말았는데…
1974년, 경주시를 관광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동궁 옆의 연못을 정비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수백년 간 폐허가 되어 뻘이 된 이곳은
그저 연못처럼 보였지만…
카운팅 신라~ 문화재의 뻐어얼~
사실 그곳은 신라시대 왕자들의 놀이터인 월지로,
15,000여 점의 유물이 나오자 사학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주령구도 발굴 과정 속에서 1975년 6월 세상으로 나온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조유전 씨의 회고록을 참고하면…
아무래도 뻘 속에 수 세기를 박혀 있었다 보니
표면도 거무튀튀하고, 무엇보다 물기를 많이 먹어
보존처리를 해야만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은 후,
건조처리를 위해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은…
전기오븐이었다.
미… 미안해… 1970년대잖아…
우리한텐 아직 습기제거를 위한 특수장비 같은 건 없어…
마땅한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유물이 뒤틀리는 걸 피하기 위해) 천천히 말리려면
그나마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그래도 뭐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온도가 높으면 유물이 상하는 건 연구진도 알았다.
그래서 온도가 높아지면 전원이 꺼지고 낮아지면 연결되는
자동 전기 조절기를 달아놓고 갔는데…
큭큭큭… 연구진놈들…
평소에 나한테 밥을 줬다 안 줬다 했겠다…
문제는 당시의 전력사정상 공급되는 전력의 전압이
일정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복수다 인간놈들!!! 키헤헤헤ㅔ게게ㅔ게ㅔㅔ!!!!!!
전기 조절기는 거지같이 들어오는 전압에
금방 맛이 가 버렸고…
하룻밤 동안 잘 말랐을 줄 알고 돌아온 연구진이 본 것은…
주령구(였던 것)
령구야!!!
그렇게 천 년을 버텨 왔던 신라의 주사위는
오븐의 고장 때문에 하룻밤 안에 재가 되었다.
뭐?! 4.7cm의 직경을 가지고
긴 변이 2.5cm, 짧은 변이 0.8cm인 육각형면이 8개,
가로 세로 각각 2.5cm인 정사각형면이 6개,
따라서 육각형면의 면적이 6.265cm2이고
사각형면의 면적이 6.25cm2이라
신라의 정교한 제작능력을 보여주는 주령구가 불탔다고?!
그러나 다행히(?) 오븐에 넣기 전에 사진도 찍고
연구진이 꼼꼼히 모든 면을 측정한 덕분에
복원하는 데에는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원본은 원본만의 가치가 있는 만큼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는 슬프기 그지없는 일.
-끝-
(+)
으아앙ㅠㅠ 우리의 주령구가ㅠㅠ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ㅠㅠㅠㅠ
사고가 난 바로 다음 날…
갑자기 서울종로경찰서에서
누군가 의도적인 방화를 한 것이 아니냐며
당직자, 담당자들을 추궁하기도 했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은
현 정부종합청사 별관 1층에 있었는데,
청와대와 근거리에 있는 만큼
대통령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불을 지른 게 아니냐며
직원들을 추궁한 것이다.
어떤 미친 새끼가 대통령 싫다고
천년 된 문화재를 불태워 씨발아…
당연히 당사자들은 무고함이 드러나고,
이후 재가 된 주령구는 폐기처분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먼 훗날… 자기 땅값 안 쳐주는데 대통령이 안들어먹는다며
국보 1호에 불을 지르는 미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데…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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