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업계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저가 외산 철강재 유입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새 판로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폐지된 해상풍력 국산화 비율 규정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관련 강재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해상풍력 발전 시설 보급 목표는 2030년까지 설비용량 14.3기가와트(GW)로 금액으로 환산 시 100조원에 달한다. 이 목표대로라면 추가로 14GW 이상의 해상풍력 보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관련 프로젝트는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저가 중국산 후판과 열연 제품 등에 밀려 고전하는 국내 철강업계에게는 해상풍력향 제품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한 출구를 마련된 셈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875만5000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늘어났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1t당 80만원대로 국내 후판 유통가격 대비 15%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과 열연 제품의 반덤핑 제소를 위해 현재 시장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은 최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발표 IR에서 “국내 영광낙월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프랑스 해상풍력사업 프로젝트 물량을 수주하는 등 국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강재공급을 추진 중”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 국내산 기자재에 제공하던 혜택이 폐지 되면서 저가 외산 제품 유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LCR(Local Content Requirement, LCR)로 불린 국산화 규정은 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비율에 따라 2배에서 최대 4.9배의 가중치를 주는 내용이었다.
중국산이 국내 제품에 비해 저렴한 탓에 국산화 규정이 없으면 해상풍력 사업자들은 외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경쟁입찰에선 저가로 승부하는 게 유리한 탓에 해상풍력에 필요한 기자재 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낙찰된 해상풍력 프로젝트 5곳 중 낙월해상풍력, 고창해상풍력 2곳은 중국계 기업이 참여해 중국산 기자재 사용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중국계 자본을 유치해도 국내에서 사업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돼 향후 중국산 부품 유입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해상풍력에 쓰이는 강재는 안전과 품질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강재 사용에서 만큼은 평가 요소를 강화해 국내 철강 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상풍력 강재 사용 시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유도해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풍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터빈은 KS인증을 받아야만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정서(REC)를 받을 수 있어 사실상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KS인증을 못받는 건 아니지만 관련 인증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 진입 장벽이 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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