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업계가 성장성 둔화‧수익성 하락‧건전성 저하의 ‘삼중고’를 겪으며 업황이 중장기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카드사들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보였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모양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카드 업계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7개 전업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합산 이자 비용이 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 1조9000억원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이자 비용 증가와 함께 가맹점 수수료율이 떨어진 것이 수익성에 치명적인 상황이다. 2007년부터 인하되기 시작한 카드수수료는 지난 2021년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다. 2007년 당시 4.5%에 달했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가 10년 넘게 이어지며 사실상 본업인 신용카드 판매만으로는 사업을 할 수가 없게 됐다”며 “최근 카드사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부문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성도 둔화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카드사에게 기본적인 수익 창출 원천인데 국내 가계 소득이 정체되고 고금리가 유지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2021년 2분기 2.7% 수준이던 가계대출 금리는 2023년 말 5.1% 수준으로 두 배가량 뛰었고 평균 가계소득은 정체됐다.
간편결제 시장 성장도 카드업계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횟수는 2735만건, 금액은 8755억원으로 1년 새 각각 13.4%, 15.0% 늘었다.
카드사 건전성도 우려되고 있다. 작년 말 전제 카드사 연체율은 1.63%로 최근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업카드사 기준 연체액은 2조7000억원인데 이는 2022년 말 대비 7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카드 이용자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면서 카드사 대손비용도 빠르게 증가했다. 카드사의 대손비용은 2023년 기준 3조6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1조5000억원 증가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수수료율 인하와 같은 정부 규제와 경쟁 심화 등으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한다면 신용카드사의 신용위험 증가가 나타나며 결정적인 파국을 초래하는 변화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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