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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故 조석래 회장 유언장, 유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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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임직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효성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영결식
서울 마포구 효성본사에서 엄수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 운구차량이 도착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지난 3월 영면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에는 의절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도 계열사 주식 등의 재산을 물려주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형제의 난을 촉발하고 가문과 기업을 등졌더라도 역시 아버지에겐 물보다 진한 핏줄이자 똑같은 자식이었다는 사실이 재계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조 명예회장이 이런 유언을 남긴 배경을 떠올려 봅니다. 새 출발을 앞둔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에게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는 7월 효성그룹은 신설지주회사 HS효성을 만들면서 두 개의 지주사로 운영됩니다. 존속 지주회사는 조현준 회장이, 신설지주회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이끌게 됩니다. 여기에 유류분 소송 등이 더해지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그룹 경영에 부담이 가중 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하지만 철저히 기업을 생각하는 경영자적 시각을 떠나 고인의 뜨거운 부성애를 들여다보면 더 담백하고 납득가는 배경이 보입니다. “천륜을 져버리지 말라”는 조 명예회장의 강력한 당부에 답이 있어 보입니다. 약 10년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았지만, 화해하고 서로 반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어떤 것으로도 부연할 수 없는 아버지의 진심일 것입니다. 어쩌면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에 차남의 지분을 언급하면서 형제들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제끼리 비방하고 법정 다툼을 할 때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 지 헤아려봅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부친의 장례식 때 그의 법률대리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쫓겨’ 나와야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빈소에 약 5분간 머물렀으며 유족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틀어진 삼형제가 10여년 간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모멘텀과 트리거가 마련됐습니다. 아버지의 유지가 공개 된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조 전 부사장 나름의 판단대로 유언장 내용에 대해 ‘상당한 확인 및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고, 검토 후 해당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덮고 유언장의 내용대로 재산 분할이 진행된다면 이제 형제 중 누가 옳았고 틀렸는지를 가릴 이유도 필요도 없어집니다. 그룹명 효성(曉星)은 샛별에서 따왔다지만, 동음이의어 효성(孝性)을 떠올려봅니다. 그룹명에 어울리는 결단이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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