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의 과도한 의무·처벌을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산업재해 예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중처법을 시행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없다는 게 중소기업계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및 산재예방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국 중소기업·건설·어업인 100여명과 학계, 법조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중처법은 제4조(사업 또는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와 제5조(시설, 장비, 장소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자)의 의무 주체가 사실상 같지만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며 “의무 주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안전보건조치의 예측 가능성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처법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원칙과 안전원리에 배치되는 부분이 많아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집행이 우려되고 오히려 재해예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하루빨리 대대적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근로자·정부 모두의 노력이 합쳐질 때 가능하다”며 “특히 인력과 예산 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은 서류 중심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조치로서 안전수칙의 작성·주지(교육)·준수여부 확인·미준수 시 인사조치의 단계별 안전수칙 준수관리 노력을 하고 근로자들이 이에 적극 협조해야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이 중처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도경 탑엔지니어링 상무는 “사망 사고를 줄이려면 공사기일나 납기일 압박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건드리지 않고 중대재해를 줄이자는 것은 대책 짜깁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중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1일 중처법에 위헌 소지가 많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가 이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며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한 상태다.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처법은 의무 불이행 시 처벌하는 형식으로 규정했지만 수범자인 경영책임자가 어떤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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