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가 소수지분(49%)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적격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 9개사가 참여하는 실사를 이달 중 마치고 6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우협)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가스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대신 신설 법인을 세워 자산을 양수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IMM인베스트먼트·IMM크레딧앤솔루션(ICS)·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PE·어펄마캐피탈·싱가포르투자청(GIC) 등 9개 회사가 지난달 중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소수지분 숏리스트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 중이다. 프레젠테이션과 공장 실사 등 전반적인 일정이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옥션 딜에서 실사는 한두 달가량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의 경우 원매자들에게 한 달 반의 시간을 부여했으니 통상적인 기간으로 볼 수 있으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문제다. IB 업계 관계자는 “숏리스트를 3~4개로 추린 뒤 심사하는 게 일반적인데, 효성화학 특수가스는 사실상 롱리스트를 추린 것이어서 매각 주관사 UBS도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 쪽에서 (회사를) ‘대충 빨리 보라’며 재촉하는 기류가 강하다”며 “특수가스 사업을 떼어내서 매각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보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이 그립을 세게 쥐고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UBS가 다음달 본입찰을 통해 가격을 한 번 더 제안받은 뒤 우협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서 지난 3월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서는 다수의 기관이 3500억~4000억원대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파악된다. 특수가스사업부 전체 가치(7000억~8000억원)를 기준으로 지분 49%의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일부 후보는 전체 지분 가치를 1조원으로 잡고 5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타깃리턴(목표 수익률)이 낮은 인프라펀드로 인수하는 후보들이 높은 가격을 적어내지 않았겠냐”고 추측했다. 인프라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최저 8%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블라인드 방식의 에쿼티(지분) 펀드는 목표 수익률이 15%에 달한다. 자산을 비싼 값에 인수하더라도 목표 수익률이 낮다면 향후 되팔 때 부담이 덜 하다.
이번 매각은 신설 법인 설립 후 자산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대신 새로운 회사를 세워 특수가스사업을 넘기고 효성화학과 투자자가 51대49로 출자하는 방안이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부채는 3조2000억원에 육박했는데, 만약 물적분할 방식으로 특수가스사업부를 떼어낸다면 상법에 따라 분할되는 법인이 채무를 연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법인 신설 후 자산양수도 방식을 택하면 이 같은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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